/ 셔윈 눌랜드 지음ㆍ안혜원 옮김/ 살림 발행ㆍ740쪽ㆍ2만5,000원
고대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흔히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실제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하는 데 있어 신의 존재나 신비한 힘의 가능성을 배제한 것. 그가 의학의 영역과 신의 영역을 분리한 것을 두고 스위스의 의사학자 어윈 아커크네히트는 '의학의 독립선언'이라고 비유했다.
셔윈 눌랜드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가 히포크라테스 이후 서양 의학에 새로운 장을 연 인물 혹은 사건 15가지를 모아 낸 책이 <닥터스> 다. 닥터스>
해부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고대 그리스의 의사 갈레노스는 인체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자신이 명확한 답을 제시했으므로 다른 사람은 굳이 연구를 더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세가 될 때까지 많은 사람이 그의 주장을 따랐는데 16세기 벨기에 의사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가 반기를 들었다. 해부에 대한 열정이 강했던 그는 18세 때 이발사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 교수와 학생 수백 명이 보는 가운데 대담하게 시신을 해부했다.
18세기 영국 외과의사 존 헌터는 못말리는 호기심의 소유자였다. 그는 매독과 임질이 같은 병적 유해 물질에 의해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고자 병균을 자신에게 주입, 3년 동안 고름과 통증으로 고생했다.
헌터는 결핵으로 죽어가는 한 젊은이의 시신을 확보하기 위해 그를 집요하게 감시하기도 했다. 이를 눈치챈 남자는 자신의 시신을 수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헌터는 장의사를 회유해 끝내 그의 시신을 받아갔다.
20세기 세계 의학의 주도권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가져온 인물이 윌리엄 홀스테드다. 그는 코카인을 이용한 국소마취로 통증 없는 수술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코카인의 효과를 알기 위해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고 그 결과 코카인 중독과 평생 싸워야 했다.
책에는 이밖에 청진기를 발명한 프랑스의 르네 라에네크, 오염된 세균의 확산 때문에 질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낸 헝가리의 이그나츠 젬멜바이스, 소독무균수술법을 개발해 환자들을 구한 영국의 조셉 리스터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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