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경찰서로서 굴곡의 역사를 함께한 서울 중부경찰서가 92년 역사 찾기에 나섰다.
중부서는 김병규 경무과장 등 6명의 직원이 팀을 구성해 국회도서관, 국립도서관, 경찰역사박물관, 언론사 등에서 관련 자료와 사진을 수집해 내년 5월께 100쪽 분량의 화보집을 제작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중부서는 대학제국 말기인 1907년 중구 저동에 경성 본정경찰서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 터는 조선을 세운 태조를 비롯해 세조 원종(인조의 아버지로서 인조에 의해 왕으로 추존됨) 숙종 영조 순조의 어진(御眞, 임금의 초상화)을 모셨던 자리며 세조의 장녀 의숙공주가 거처했던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애국지사들이 고초를 당한 악명 높은 곳이었고, 군사정권 때는 학원사찰을 담당해 대학생과 시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장소였다. 4ㆍ19혁명 때는 불타거나 피습당한 동대문서 종로서 등 다른 경찰서 직원과 가족들이 이곳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료 수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중부서가 확보하고 있는 것은 1947년 '중부경찰서'로 개칭됐다는 내용의 자료와 몇 장의 사진뿐이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 사료는 일제가 본국으로 철수하면서 폐기하거나 회수해 가 남아 있는 자료가 거의 없다. 중부서는 역대 서장들이나 신문기사 등을 통해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박노현 중부서장은 "우리 경찰서의 역사를 바로 알아야 직원들도 자긍심을 갖고 일할 것"이라며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자료를 취합해 과거를 돌아보며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는 기회도 갖겠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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