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롱맨 지음ㆍ백영미 옮김, 민음인 발행ㆍ308쪽ㆍ1만4,000원
'2009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은 1.22명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21명)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출산 기피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출산율 저하는 미국, 유럽은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공통 현상이다. 오늘날 전세계 출산율은 1970년대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돼 중국은 금세기 중반까지 세대별 인구가 20~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에 원저가 출간된 <텅 빈 요람> 은 저출산의 실태와 원인, 그것이 초래할 문제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 필립 롱맨은 인구 문제 전문가로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이다. 책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경제적 문제를 주로 나열한다. 노동력 감소와 소비 위축, 조세기반 약화, 의료비와 연금비용 부담의 증가, 미래 투자재원의 소진 등이 그것들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경제성장이 어려워져 결국에는 경제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한다. 텅>
그 좋은 사례로 일본이 제시된다. 일본은 1980~90년 25~44세 인구가 7% 감소했다. 이 연령대는 독신 비율이 높고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비율 역시 높아 소비가 적다. 거품경제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인구 감소와 무관치 않다.
저자는 또 인구 감소가 근본주의와 맹목적 애국주의의 득세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성경, 꾸란 등의 종교 경전과 파시스트,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가르친다. 실제로 모르몬교 신자가 인구의 69%를 차지하는 미국 유타주에서는 가임 연령 여성 1,000명당 90명의 아이가 태어나는 데 비해, 미국 최초로 게이의 결혼을 승인한 버몬트주는 49명에 불과하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100만 달러 짜리 아이들'과 '결혼할 만하지 않은 남자들'이라는 표현으로 그 원인을 정리한다.'100만 달러 짜리 아이들'은 아이 부양에 그만큼의 돈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미국의 경우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8세까지 100만 달러 가량이 들어간다. 자식이 재산이자 노동력이었던 농경사회와 달리 지금은 자식 키우는 데 부담을 느끼는 시대다. 저자는 그래서 현대를 '자식이 적어야 적자생존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한다.
'결혼할 만하지 않은 남자들'이라는 표현에는 남녀의 성취도 차이가 반영돼 있다. 결혼 전 학업성취도를 비교하면 여성이 남자를 능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에서 22~24세 여성은 27%가 학교에 다니지만 남성은 19%만 학교에 다닌다. 스페인은 18~21세 남성의 28%가 학교에 다니지만 여성은 그 비율이 40%에 이른다. 그런데 여성은 자신보다 우수한 남성과 결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자신보다 못하게 여기는 남성과는 결혼을 피하려 한다.
책이 제시하는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자녀를 둔 부모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식생활 개선 등 건강 관리를 강화하는 것 등이다. 그 가운데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가정에 기초한 고용을 늘리는 것. 집에서 일함으로써 아이를 키우고 노인을 돌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 문제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생태적 시각으로 접근한 책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가령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 없는 세상> (원저 2007년 발행)은 지구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인구가 지금보다 줄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책을 다 읽으면 인구 문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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