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사진작가가 함께 책을 묶었다. 물론 이전에도 이런 책은 종종 있었다. 그 경우 글의 역할이라는 것은 대부분 사진에 대한 부연설명 정도이거나, 사진은 글의 보조 이미지 역할을 하는 데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시작은 표지 사진을 찍으러 사진작가를 찾아간 소설가의 눈에 띈 사진들로부터 출발한다. 반딧불이 인간.
사진작가는 자신의 알몸에 트리처럼 전구들을 칭칭 감아놓고 거울 앞에 서서 셀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전구의 빛으로 간신히 존재하는 인간이다. 우연히 그 사진을 보고 돌아온 소설가는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 이미지들로 새로운 경험을 한다. 그는 그 이미지를 소설로 옮기고 사진작가에게 보여준다. 그 뒤의 소설들은 소설가와 사진작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재구성된다. 일천여 장의 사진 속에서 소설가는 몇 장의 사진들을 추렸다.
웨딩 인간과 끈적 인간, 아몬드 인간 등등. 사진작가는 밤새 깨어 작업을 했고 그가 잠들 무렵이면 소설가는 일어나 글을 썼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의 무대가 홍대라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의 배경이 된 드라큘라 성은 실제로 홍대 정문에서 두 시 방향에 존재한다. 외부인들은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런 시도의 결과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그 소설가는 김탁환씨이고 사진작가는 춤추는 사진작가로 불리우는 강영호씨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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