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국면에서 돌발 악재가 터졌다.
태국 정부가 12일 북한제 무기를 실은 평양발 그루지야 수송기를 억류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정보 귀띔이 있었다는 얘기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의 개입을 문제 삼아 강하게 반발한다면 북미 대화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도 있다.
그러나 대화 구도를 깨고 싶지 않다는 게 양측 모두의 생각인 만큼 이번 무기 적발 건은 북미 대화와 별개인 일상적 사건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북한이 국제사회에 무기 수출을 하다 적발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02년 예멘 앞바다에서 스커드 미사일 15기를 싣고 가다 적발된 서산호 사건부터 지난 6월 미 해군 이지스함의 북한 의심 선박 강남1호 추적, 지난 7월 아랍에미리트(UAE) 항구에서 이란으로 가던 북한 무기 적발 등 공개된 사건만 여럿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 무기 적발 사건은 두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끈다. 우선 그 동안 화물선뿐만 아니라 비행기를 이용한 수출길까지 감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특히 태국 현지에서 미국이 평양 출발 시점부터 이 비행기를 주목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한 정부 소식통은 13일 "대화 분위기와는 별개로 북한의 잘못에는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미국의 뜻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결심 전까지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겠다는 '투 트랙(two-track)'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5월25일) 제재 차원에서 지난 6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874호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1874호는 북한 의심 화물의 항구, 공항 등에서의 검색(11조), 무기류 등 금지 품목 발견시 압류(14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그물망이 더 촘촘해지면서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으로 시동이 걸린 북미 대화가 이번 사안 때문에 파탄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2005년 9ㆍ19 공동성명 채택 직후 터진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 제재는 1년 넘게 북핵 협상의 발목을 잡았지만 이번에는 북미 대화가 초기 단계라는 점이 차이"라며 "북한이 극도로 반발하지 않는다면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미가 북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 보다 근본적인 목표를 향해 대화를 시작한 만큼 이번 건은 파장을 최소화하고 지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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