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레이그루크 지음ㆍ김훈 옮김/ 문학의숲 발행ㆍ336쪽ㆍ1만2,800원
알래스카에서 나고 자란 이가 알래스카를 썼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알래스카에 관해 쓴 대다수 책의 저자는 (외지인으로), 알래스카가 지닌 놀라운 매력을 얼마나 근사하게 표현했는지 과시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고 비판하면서 알래스카 원주민인 이누이트의 평범한 생활상을 보여준다.
1941년 알래스카에서 태어난 저자 이레이그루크는 이른바 '석기시대의 황혼 무렵'에 살았다. 20세기 중후반까지도 알래스카는 사냥과 수렵, 채집에 익숙했다.
야생딸기와 사냥한 오리를 먹고, 순록의 가죽으로 된 매트리스에서 잠을 청하는 '툰드라 냄새'가 깃든 삶. 그가 속한 이누피아트('참된 사람들'이란 뜻으로 이누이트 중 극북지역에 사는 부족)는 아아페일로우라트(아버지 없는 자식)이나 입양아도 편견 없이 어울리는 관대한 사회였다.
이 곳에 백인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알래스카를 미국의 한 주로 만드는 한편 이누이트에게서 땅과 정신을 빼앗는다. 저자는 서구의 눈에는 '야만'으로 비친 세계가 실은 낭만의 동산이었으며, 이누이트가 백인의 생활방식에 맞추기 위해 얼마나 고통스런 과정을 거쳤는지 생생하게 묘사한다.
저자는 당시 스물다섯 나이에 알래스카주 하원의원으로 미국 정부와 싸워 1971년에는 10억 달러에 가까운 돈과 17만 8,000㎢의 땅을 되찾는 작은 승리를 거둔다.
현재 이누이트는 알래스카 땅의 16%만 소유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는 우리 땅에서 이방인이 될 것'(320쪽)을 걱정하며 지금도 싸운다. "아아리가아 이누우루니!"(살아 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라는 이누피아트의 정신을 가슴에 품은 채 말이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