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농업성공 스토리] <5> 제주 서귀포 태향농장 현태준-강복향 부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농업성공 스토리] <5> 제주 서귀포 태향농장 현태준-강복향 부부

입력
2009.12.14 00:37
0 0

"망할 망자의 망고 아니꽝?(아니냐?) 한라봉도 막(한창) 좋은디, 무사(왜) 망고 허젠 행시니?(할려고 하느냐?)"

제주도서 망고와 한라봉을 재배하는 태향농장 현태준(66) 대표. ㎏당 최고 6만원의 고가임에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지난 2000년 그가 망고 농사에 뛰어들 당시 주변 반응은 싸늘했다.

사실 망고는 제주에 상륙한 지 거의 30년이 됐지만, 재배가 워낙 까다로워 수익을 내기는커녕 빚만 안겨주는 '애물단지'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생산량도 얼마 되지 않아 시장도 형성되기 전이었다.

농사도 벤처처럼

현씨는 "'무조건 남들이 하니까'하는 식의 영농에서 벗어나는 게 곧 살아남는 길이고 돈 버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남들이 기피하는 망고지만, '한 번 해보자'는 심산으로 10년 전 한라봉 농장 절반 가량에다 망고나무를 심었다. 앞서 파인애플, 바나나로 '대박'을 터뜨린 경험도 이 같은 결단의 배경이 됐다.

열대 과일인 망고는 꽃을 피우기 위해 시설 하우스 안의 온도를 최소 29도 이상 유지해야 하는 작물이다. 열매를 맺도록 하려면 추운 한겨울에 벌이나 파리를 동원해야 하는 등 세심한 기술까지 요구된다.

현씨는 "망고는 다른 과일과 달리 냉동창고 등에 보관이 안되므로 따내면 곧바로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수확기(3~6월) 골고루 출하됐을 땐 ㎏당 4만~5만원씩 받지만, 그렇지 못할 땐 8,000원까지 곤두박질 친다"고 말했다. '리스크'가 있는 과일인 셈이다.

지금 3,300㎡(1,000평) 남짓한 망고농장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현씨 부부가 올리는 수익은 억(億)대에 달한다. 현씨는 "외국서 들어오는 망고는 반숙 상태서 수확돼 운송과정에서 후숙(後熟)을 거쳐 판매된다"며 "하지만 완숙 상태에서 수확된 제주 망고의 맛은 외국산과 비교를 불허한다"고 말했다.

답은 품질

농산물 시장 개방이 가속화 되고 있지만 현씨는 "별 다른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망고처럼 외국산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수준의 품질로 시장에 내놓으면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선택을 받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현씨는 "한라봉의 경우 당도가 12도BX(브릭스)이상이면 출하 할 수 있지만, 우리는 15도 이하에서는 절대 따지도 않을 뿐 아니라 17~18도에서 보통 출하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당도를 측정하러 왔던 농협직원들이 '측정기가 고장났다'면서 되돌아 갔을 정도. 실제 이런 식으로 키운 태향농장의 망고는 경매장을 거치지 않고 현씨가 부르는 값에 백화점으로 납품된다. 품질 하나만 제대로 갖춰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시류도 잘 읽어야

제주도 토박이 현씨는 제주도서 '대체작물의 왕'으로 통한다. 지금까지 그가 재배한 작물은 배추 오이부터 감귤 파인애플 청견 바나나, 그리고 지금의 한라봉과 망고에 이르지만 실패라곤 모르고 농사를 지었기 때문.

그는 "농협이 많이 도와줬다", "운 때가 좋았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 속에는 품질에 대한 신념과,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이 있었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허법주 서귀포농협 팀장은 "현 대표는 1980년대 초 파인애플 수입 자유화 얘기가 있을 때 파인애플밭을 갈아엎은 뒤 바나나를 심었고 90년대부터 바나나 수입제한이 전면 해제된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바나나 밭을 청견오렌지 밭으로 바꾼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설마설마 하며 대체작물 발굴을 게을리 하던 다른 농가들은 파인애플, 바나나 가격이 폭락하자 그제서야 전작에 나서 큰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한라봉으로 안정적 수익을 올리며 남부러울 것 없을 것 같은 현씨 부부가 한라봉의 절반 베어내고 '감평'이란 새로운 종류의 귤을 접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현씨는 "한라봉은 일반 감귤보다 당도는 높지만 일손이 4~5배는 더 든다" 면서 "점점 줄고 있는 농촌노동력과 상승하는 인건비를 감안하면, 큰 힘들이지 않고도 한라봉 수준의 열매를 맺는 감평의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그의 선견지명이 맞아 떨어질지 주목된다.

서귀포=글ㆍ사진 정민승 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