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나라당의 여러 정치 세력들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놓고 물밑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지금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연말 국회 일정이 끝나고 내년 초가 되면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조기 전대 실시 여부를 섣불리 전망하기는 어렵다. 여러 복합적 변수가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도를 단순화시켜 보면 내년 2,3월 조기 전대 실시론자와 반대론자로 나뉜다. 조기 전대를 하자는 쪽의 가장 큰 명분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기 전대를 강력 주장하는 초선 소장파 모임 '민본21'의 한 의원은 11일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르기 위해선 조기 전대를 통해 새 지도부를 꾸리고 분위기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표가 조기 전대에 출마해서 당 대표를 맡아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한다. 민본21은 내년 1월 조기 전대 개최 방안을 본격 제기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조기 전대가 실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더 많다. 조기 전대론이 힘을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친이계 핵심 세력들이 조기 전대에 부정적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인물난이다. 누구를 지방선거를 이끌 얼굴로 내세울 것인지 따져보면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가 나선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한때 조기 전대를 선호했던 안상수 원내대표도 최근 '조기 전대는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또 '조기 전대를 실시한 뒤 만약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어쩔 것이냐'는 우려도 있다. 한 친이계 고위당직자는 "새 대표를 뽑은 뒤 지방선거에서 진다면 괜히 인재 한 명만 소진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도 '조기 전대를 통해 당권을 잡아 지방선거 공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쪽과 '아직은 나설 때가 아니다'는 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현재로선 정기 전당대회를 개최할 가능성이 더 많다. 다만 정기 전대가 정몽준 대표의 임기로 따진다면 7월이 돼야 하지만 7월 말에 재보선이 있어서 현실적으로 8월에 개최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변수는 여전히 많다. 세종시 문제가 어떻게 결론 날지, 수많은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요구가 어떻게 될지, 친박계가 어떻게 입장을 정리할지 등에 따라 전대 개최를 둘러싼 기류가 달라질 수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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