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호·금융위 업무 태생적 성격 달라한국소비자원 등 역할 맡기고 지원 늘려야
얼마 전 금융위원회 산하에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금융위원회의 설치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개정안은 금융위원회 산하에 금융교육, 금융 관련 분쟁조정 등의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금융감독원과 한국소비자원이 맡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업무를 분리하여 전담기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입법 움직임과 관련하여 1987년부터 소비자 분쟁에 관한 전반적인 분쟁조정 업무를 해온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업무를 소개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의 방향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에서 해결되지 못한 소비자분쟁에 대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정위원들이 분쟁을 조정한다. 조정 건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 연간 2,300여건에 이르고 있다. 또한 2007년에는 집단분쟁조정제도가 도입되어 50명 이상의 소비자에게 발생하는 집단적 소비자피해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있고, 지금까지 약 70건의 집단분쟁사건을 접수ㆍ처리해왔다.
특히 금융ㆍ보험, 의료, 온라인 게임 등 전문 분야 소비자분쟁에 대비하여 별도로 60여명의 전문위원을 위촉하고 있으며, 그 결과 최근 3년간 금융·보험 사건 200여건, 의료 사건 400여건, 온라인게임 사건 200여건 및 4건의 집단분쟁사건(총1,164명)을 처리하였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의 권익증진을 위하여 소비자의 불만처리, 피해구제, 조사ㆍ연구, 교육, 정보제공 등의 업무를 꾸준히 수행하여 왔다. 이렇게 한국소비자원과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이미 전반적인 소비자 보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여 금융소비자 보호업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법률안이 발의된 것은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발생한 금융 소비자 피해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금융감독 부처 산하기관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업무를 수행할 경우 그 태생적 한계로 인해 사업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공정하게 소비자 분쟁을 바라보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또 이러한 문제점들은 금융위원회 산하에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한다고 하여 해결될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업무와 금융소비자가 입는 피해를 해결하는 문제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분쟁을 조정하며 소송까지 지원할 수 있는 기관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여야 하고, 또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또한 각 분야별로 분쟁조정위원회를 따로 설치한다면 국가 전체적으로 보아 각종 분쟁조정기구의 증설 및 업무의 중복으로 비효율성을 피할 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의 정책에도 배치된다.
따라서 새로운 기관의 설립보다는 20년 이상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금융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의 소비자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어 온 한국소비자원과, 독립성과 객관성이 보장되고 소비자분쟁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해 온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그 역할을 맡기고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여 맡은 바 임무를 훌륭히 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융소비자를 위해서도 더 좋은 방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학근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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