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이경구)는 친일파 현준호의 손자인 H기업 대표 현모씨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매입한 토지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조사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토지는 현씨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현준호의 다른 후손인 친척에게서 취득한 만큼 귀속결정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씨가 사전에 친일 상속 재산인 점을 알지 못했고, 적법절차로 매입했다는 사실을 뒤집을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제3자가 친일재산인 줄 모른 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취득했다면 국가로 귀속할 수 없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은 제3자에 친일파 후손도 포함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현씨는 1967년 백부가 상속받은 조부 현준호의 재산 중 광주광역시 학동의 임야 8,000여㎡를 사들여 집안 선산으로 사용하다 지난 5월 조사위가 귀속결정을 내리자 소송을 냈다. 조사위는 이 판결이 확정되면 현씨의 백부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내 재산환수에 나설 예정이다.
현준호는 1930년부터 45년 8ㆍ15 광복까지 총독부 중추원 참의 등을 지내면서, 조선인의 학병지원을 선동해 일제의 표창까지 받은 인물이다. 그 후손에는 대기업 회장, 장관급 인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부는 현준호가 친일파가 아니란 현씨 주장은 "친일파에 해당된다"며 배척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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