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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너무나 가벼운 국회의원 '사퇴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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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너무나 가벼운 국회의원 '사퇴 카드'

입력
2009.12.14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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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회 풍경을 보면서 이솝 우화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이번엔 진짜 늑대다!" 양치기 소년이 외쳤지만 이웃 주민들은 믿지 않았다. "사퇴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국민도 거의 없을 것이다. 의원들이 그 동안 빈말을 남발한 탓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12명 전원은 11일 "민주당 교과위원들이 상임위를 무력화시키는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며 교과위원직 사퇴서를 냈다. 지난 달엔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 17명 중 16명이 세종시 수정론에 대한 반발의 표시로 의원직 집단 사퇴를 결의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의원은 7월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와 10월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결정에 반발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올 초 '박연차 게이트'에 휘말렸을 때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민주당 이광재 의원도 9월 의원직 사퇴서를 냈다.

하지만 사퇴서 제출이나 결의가 정치적 액션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원들도,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의원들의 '동료 지키기'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국회법이 튼튼한 안전벨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상임위원직 집단 사퇴는 당 지도부가 전원을 사ㆍ보임 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하고, 의원직 사퇴서는 본회의 의결 또는 국회의장의 재가를 통해서만 수리될 수 있다.

의원직이나 상임위원직을 스스로 버리겠다고 하는 의원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의원들에게 맡긴 '국민의 대표'로서의 책무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국회의원이 지역 선관위에 의원직 사퇴를 신고하는 즉시 사퇴가 이뤄지게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운영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의 처리 과정을 보면 의원들의 '본심'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치부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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