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등 북한제 중화기를 싣고 가다 태국 보안당국에 11일 적발된 그루지야 국적의 평양 발 화물기에 대해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화물기의 최종행선지와 무기 선적 및 방콕착륙 경위, 승무원 정체 등 제대로 드러난 게 없기 때문이다.
오리무중 최종 행선지와 테러조직과의 연계 가능성
그루지야 국적의 일류신 76 화물기 승무원들은 태국 방콕의 돈므엉 공항에 착륙 허가를 받으면서 당국에 최종행선지를 스리랑카 콜롬보라고 말했고, 비행일정에도 그렇게 나와 있었다. 하지만 13일 경찰조사에서는 "콜롬보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갈 예정"이라고 번복했다. 하지만 "목적지가 콜롬보"라는 현지언론의 최초 보도 후 스리랑카 국방부는 "스리랑카는 이 화물기에 착륙 허가를 내준 적이 없다"고 밝혀 여전히 진술 신뢰도가 떨어진다. 초기 조사에 참여했던 태국 공군 관계자는 "남아시아 지역, 아마도 파키스탄"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최종행선지가 미국의 동맹국인 파키스탄으로 확인될 경우 적발된 북한제 무기의 판매는 북한 대 테러단체간 거래였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 무기가 파키스탄 탈레반에 전달될 예정이었다면 파장은 훨씬 크다. 선적무기 중 지대공미사일, 대전차용 로켓포는 게릴라들의 필수품이다. 이 경우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
배후에 있는 미국의 역할
평양발 화물기가 북한의 우방인 미얀마가 아니라 하필 미국의 우방인 태국을 급유지로 택한 것도 이상하다. 그만큼 화물검색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입김을 받은 태국당국이 공군을 출동시켜 강제착륙 시킨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화물기 착륙지인 돈므엉 공항이 군 비행장인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뉴욕타임스도 이와 관련, "화물기가 인접국인 미얀마에 착륙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라며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많은 사건"이라고 13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 태국정부 관계자는 "수 주 동안 여러 정보기관이 작전을 벌였다"고 CNN방송에 밝혔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이 화물기의 무기선적 정보는 미국이 제공했으며 태국에 검색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편으론 미국의 감시망이 북한의 무기거래 동향을 꿰고 있다는 방증이어서 향후 북한의 무기거래는 위축될 전망이다.
승무원의 정체
국제무기 밀매의 중심에 서 있는 억류 화물기의 승무원은 카자흐스탄 및 벨라루스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선적화물에 대한 허위신고로 미뤄 여권의 위조 가능성도 있는 이들의 정확한 신원과 정체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구 소련 붕괴 후 러시아와 연방국 내 무기 밀매가 활성화해 있었던 점에 비추어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는 동구권의 국제무기 밀매 조직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무기에 대해 알지 못하며 우리는 단지 수송을 위해 고용됐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정진황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