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호랑이는 조선시대 이전까지 수천년 간 사람과 대체로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했지만 조선과 일제시대를 지나면서 호랑이와 인간의 평화가 깨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13일 '호랑이의 삶, 인간의 삶' 이라는 논문에서 "한반도에서 사람과 호랑이는 전반적으로 서로에 대한 두려움과 존경심으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 왔지만 조선시대 사람이 호랑이 서식지를 빼앗으며 호랑이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일제시대 때 완전히 명맥이 끊겼다"고 밝혔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지배체제인 불교는 짐승일지라도 이유 없이 살생하는 것을 금지했고 인간과 동물 사이에 넘지 못할 장벽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조선의 지배층은 유학의 인본사상을 근간으로 인간을 해치는 짐승을 제거하는 것은 정당한 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조선은 농업을 중시했는데 개간에 적합한 곳은 호랑이에게도 적합한 서식지였으므로 이를 빼앗기 위해 착호군을 조직하는 등 체계적인 포호정책을 세우고 호랑이 구축작전에 나섰다"며 "일제는 해수구제 정책으로 대대적인 맹수사냥에 나섰고 결국 1987년 북한 자강도에서 잡힌 수컷호랑이를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완전히 명줄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비록 남한에 야생 호랑이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백두산과 중국, 러시아 등에는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우리는 한반도에서 호랑이를 몰살시킨 장본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지금이라도 한반도에서 호랑이를 되살리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논문은 2010년 경인(庚寅)년 호랑이해를 앞두고 한반도 역사 속에서 인간과 호랑이가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논하기 위해 15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릴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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