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 미군 비행장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미일 정부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지 반환 결정 시점인 1996년부터 따지면 이미 13년이나 된 해묵은 논란이 가까스로 결론을 보는 듯 하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형국이다.
오키나와 대안도 검토해야
미국은 후텐마 비행장의 오키나와 내 이전을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로 유사시 대응 전력 유지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유사시란 북한의 전쟁 도발이나 중국과 대만간에 일어날 수 있는 비상 사태를 말한다. 해병대는 최전선에서 이 같은 사태에 즉각 대응해 상륙작전이나 특수작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오키나와에 주둔해야 한다는 논리다. 괌이 대체지로 곧잘 거론되지만 이 경우 대만까지 항공기로 3시간, 배로는 3일 정도의 시간이 걸려 대응 능력에 차이가 크다.
시선을 '유사시'에 맞춘다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현실적인 필요성이 높은 '억지력 확보'로 초점을 옮기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이미 주일미군재편 계획에 따라 후텐마 병력의 절반 정도인 8,000명이 옮겨가기로 한 괌에 기지 전체가 이전한다면 북한의 도발이나 중국의 해군 확대를 억지하는 능력에 대단한 변화가 오는 걸까.
후텐마 비행장이 있는 기노완(宜野灣)시장은 실제로 미군이 괌의 부대 통합 계획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서 후텐마 해병대의 괌 이전은 사령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실전 대응 부대는 오키나와에 남는다는 기존 설명과 다른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초안에는 최대 67대의 헬리콥터와 9대의 특별작전 CV22 항공기용 격납고 건설이 명시돼 있다고 한다. 미군도 후텐마 기지 전체를 괌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염두에는 두고 있다는 말이다.
영국 출신으로 호주 외교관으로 근무한 뒤 일본에 살고 있는 정치학자인 그레고리 클락 국제교양대학 부학장처럼 "후텐마 비행장은 해병대 훈련기지"라며 "절대 오키나와를 벗어나면 안 될 이유는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오히려 작전 등을 위해서는 괌으로 옮기는 것이 나을 지 모르는데도 미군이 굳이 헤노코를 고집하는 것은 그럴 경우 "미국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가데나 기지 통합론이 번번이 제기되면서도 실현 안 되는 것은 "해병대와 공군의 갈등"이라고 그는 풀이한다.
미국이 어렵사리 마무리 지은 후텐마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본 민주당이 창당 이후 줄곧 기지 이전 등 미군 주둔에 따른 오키나와 주민의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는 점이고 그 민주당이 반세기만의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실현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이해가 더 필요
후텐마 기지 이전을 포함한 괌 이전 협정이 양국간에 정식 체결된 것은 올해 2월이다.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일본 외무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서명한 협정은 4월에 자민당이 다수였던 일본 중의원을 통과했지만 민주당 등 야당이 다수인 참의원에서는 부결됐다. 결국 중의원 우선 원칙에 따라 협정은 최종 승인이 됐지만 민주당의 반대 의지는 일관된 것이었다. 외교적인 합의를 정권 교체라는 이유로 '조령모개'해서는 물론 안 된다. 하지만 일본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이 이 합의에 줄곧 반대해왔다는 점을 미국이 좀더 헤아려야 할 것이다.
김범수 도쿄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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