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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시각] 노동법 개정 정치적 변질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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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시각] 노동법 개정 정치적 변질 막아야

입력
2009.12.1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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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노사관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문제이다. 지난 4일 한국노총, 경총, 노동부의 노사정 3자 합의는 민주노총이 합의에서 빠진 점이 아쉽지만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에 대한 사실상 최초의 합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자 합의에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과반수대표제로 정한 것은 노조 난립으로 노사관계가 난맥상으로 흐르지 않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전임자 임금과 관련해 현재의 지급 관행이 과잉지급이고, 완전금지를 규정한 현행법은 국제관행에서 벗어난 과잉금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제도인 타임오프제도를 원용한 것도 적정한 타협안으로 보인다. 다만, 복수노조 시행을 2년 6개월 연장하기로 한 것은 2012년 대통령선거의 영향으로 예정대로 시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남기고 있다.

그러나 그 후 여당이 제출한 입법안이 노사정 3자 합의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안을 포함하고 있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타임오프제는 노사간 교섭ㆍ협상과 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활동 등 노사 공동의 이익을 위한 노조 간부의 업무에만 사용자의 임금 지급을 허용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여당의 입법안에는 임금 지급의 노사정 합의 내용에 추가하여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업무'까지 대상으로 포함했다. 이는 지나치게 임금 지급 대상을 넓게 잡은 것으로 타임오프제의 의도와 배치된다.

또 단체협약이나 사용자 동의 시 전임자 급여를 인정하겠다는 것도 협상력이 강한 노조가 사용자를 압박하여 과다한 급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여 타임오프제의 취지를 퇴색시킬 우려가 있다. 여당의 이러한 일탈은 정책연대의 상대인 한국노총의 입장을 지나치게 고려한 것으로 보이며, 합의 당사자인 재계와 정부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의 입법안은 노사정 합의 정신을 훼손하고 합의 당사자의 반발을 불러 합의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려 놓은 측면이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입법안을 즉각 수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 주목을 끄는 것은 국회의 동향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안에 대응하여 복수노조 즉시 허용과 전임자 임금 자율 지급을 골자로 하는 입법안을 제출한 상태이다. 여야간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는 3가지다. 첫째, 96년처럼 한나라당이 힘으로 밀어붙여 단독통과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사상 최대 총파업을 불러오고 정부가 재수정안을 낼 만큼 후유증이 컸다. 여당이 엄청난 반발을 무릅쓰고 단독 통과를 시도할 만큼 무리한 전략을 쓸 것 같지는 않다.

둘째, 지난 여름 비정규직법 파동 때와 같이 여야 합의가 무산되고 현행 법대로 실시되는 것이다. 이 경우 복수노조가 자율교섭제로 허용되고 전임자 임금은 전면 금지될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노조 숫자만큼 교섭을 해야 하고, 노조 입장에서는 전임자 임금 지급이 전면 금지되기 때문에 노사에게 각각 최악의 조합이고 노사관계의 파국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야 입장의 차이와 남은 일정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이다.

셋째, 여야가 합의하여 3자 합의안을 일부 수정해 통과시키는 것이다. 여야 입장의 큰 차이와 촉박한 일정을 감안할 때 확률은 떨어지지만 사회갈등을 막는 가장 이상적인 안이다.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임금 문제는 한국 노사관계의 기본틀을 짜는 중차대한 일이다. 여야 모두 단기적인 인기나 당리당략을 떠나 장기적이고 대승적인 관점에서 임해야 한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힘이다.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하여 노사관계의 파국을 막고 노사관계 백년대계를 위한 초석을 놓기를 바란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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