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지음/문학의문학 발행ㆍ300쪽ㆍ1만3,000원
시인이자 평론가인 장석주(54)씨는 손꼽히는 독서가다. 장서가 3만여 권에 달하고 매일 8시간을 책읽기에 투자한다고 한다.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는 장씨가 젊은 시절부터 읽어온 시, 소설, 역사서, 인문서, 에세이 등에서 빼어난 문장들을 뽑아 해설을 붙인 일종의 명문장 해석집이다. 지금>
장씨는 자신을 시인으로 이끈 문장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때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한평생,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의미와 감미를 모아야 한다'는 릴케의 <말테의 수기> 의 구절들이라고 털어놓는다. 시작의 통고를 강렬한 에스프리를 담아 기록한 릴케의 글은 문학청년 장석주의 마음을 무장해제시켰다. 장씨는 "과연 나는 그때부터 서른 해가 넘는 지금까지 시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것이 내 운명이다"라고 썼다. 말테의>
그는 또 자신에게 가치와 규범의 체계를 세워준 것은 '인생을 탐내지 말 것, 혀를 늘어뜨린 개처럼 입맛을 다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한 문장이라고 소개한다. 니체 읽기를 "내 정신사에 찍힌 원체험"이라고 말한 그는 "여전히 니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대고 니체와 관련된 책들에는 습관적으로 손이 가고 기어코 사들이고 만다"고 고백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아름답고 가혹한 청춘의 양가성을 알려준 헤르만 헤세, 인간만이 더럽고 또 인간만이 숭고하다는 자각을 가져다 준 프리모 레비, 우주만물의 외로움을 실감나게 해준 시인 정호승 등의 문장 사이를 유영하며 스스로 기꺼워하는 한 독서가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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