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결과에 대한 미 행정부의 기류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6자회담 중단이후 첫 북미대화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애초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결과는 상당부분 예상됐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의지를 보이고, 9ㆍ19 공동성명이 규정한 비핵화 이행에서도 일정부분 '공감'을 표시한 것은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대화와 제재'라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상의 동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평화협정 논의, 관계정상화 등 북한이 주장하는 반대급부 뿐 아니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는 '형식'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대북소식통은 "뉴욕채널 등을 통해 북미 간 추가 고위급 접촉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중 한 두차례 더 양자대화가 성사된다면 그 자체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명분은 상당히 충족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무부 고위관리가 앞서 "이번 북미 회담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의 토대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양국이 한 차례 더 직접 대화를 해야 될지 모른다"고 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미 행정부는 북한이 보즈워스 특사를 통해 미국의 북핵 입장을 직접 확인한 만큼 북미 및 다자협상의 사전 단계로 보다 현실적인 제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제지원이나 대북제제 완화 등을 거론해 관련국들의 의지를 시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유엔 대북제재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6자회담 관련국들이 얼마나 정치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대북 유인책을 도출하는 문제는 미국을 고민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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