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 '맞짱' 한번 뜨자."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본선을 향한 발걸음이 본격화되며 허정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허 감독은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남아공 전지훈련 예비 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에서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에 선전포고를 날렸다.
남아공월드컵 본선 조 추첨 결과 B조에 편성된 한국은 내년 6월18일 오후 8시30분(이하 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아르헨티나와의 1986년 멕시코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담 수비수로 마라도나와 맞서 1-3으로 패했던 허 감독은 24년 전처럼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허 감독은 마라도나와의 재대결 소감을 묻자 "허무하게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번에는 '맞짱' 한번 뜨고 싶다"고 비장한 전의를 드러냈다.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등 '세계 올스타급' 스쿼드를 자랑한다. 아르헨티나전을 포기하고 그리스, 나이지리아전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법 하다.
그러나 허 감독은 오히려 아르헨티나전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이날 35명의 전지훈련 예비 엔트리를 발표한 대표팀은 오는 26일과 27일 체력 테스트 등을 통해 25명의 최종 엔트리를 확정한 후 내달 4일 남아공으로 출국한다. 이날 예비명단에는 이동국 이운재 등이 포함된 반면 해외파들은 시즌 일정상 제외됐다. 월드컵의 전초 기지가 될 루스텐버그에 캠프를 차린 후 현지 적응도를 높이고 세 차례의 평가전을 치를 계획이다.
주목되는 점은 요하네스버그에서 두 차례의 평가전을 치른다는 점이다. 허 감독은 "일정이 확정되는 않았지만 두 경기를 요하네스버그에서, 나머지 한 경기를 포트 엘리자베스나 더반에서 치르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해발 1,753m인 요하네스버그에서 적응도를 끌어 올리며 아르헨티나전을 집중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심중으로 풀이된다.
허 감독은 "세계 최고의 팀으로 잠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 6월에도 현재 모습을 보이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고 아르헨티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상대 스피드를 줄일 수 있을지, 그렇게 만든 틈으로 얼마나 반격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전지훈련 동안 '아르헨티나 타도'의 묘수 찾기에 골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표팀은 22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아르헨티나와 카탈루냐 선발팀의 친선경기에 정해성 코치와 김세윤 비디오 분석관을 파견해 적정을 탐색한다.
◇축구대표팀 남아공 전훈 예비 명단(35명)
△GK(4명)=이운재(수원) 김영광(울산) 정성룡(성남) 권순태(전북) △DF(12명)=조용형 강민수(이상 제주) 김형일 최효진(이상 포항) 오범석(울산) 곽태휘 이규로(이상 전남) 이정수(교토) 김치우(서울) 이재성(수원) 최철순(전북) 김근환(요코하마) △MF(13명)=김정우(광주) 김두현(수원) 김남일(빗셀 고베) 박희도 이승현(이상 부산) 신형민 김재성(이상 포항) 구자철(제주) 김보경(홍익대) 백승민(전남) 김동찬(경남) 이승렬(서울) 박주호(가시마) △FW(6명)=이동국(전북) 이근호(이와타) 염기훈 김신욱(이상 울산) 노병준(포항) 하태균(수원)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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