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어제 엄기영 사장은 유임시키고, 핵심 본부장 4명(편성, TV제작, 보도, 경영)의 사표를 수리했다. 정부가 MBC를 통제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사장을 앉히려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빗나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핵심 본부장들에게는 논란이 된 MBC의 공정성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형식을 취했다.
방문진은 엄 사장의 재신임 이유를"경영 혁신과 조직 안정"이라고 밝혔다. 엄 사장이 추진하는'뉴 MBC 플랜'을 지지하면서, MBC 출신으로서 조직의 통합과 융화를 기대하겠다는 것이다. 정연주 전 KBS사장의 사례에서 보듯 임기가 남은 공영방송 사장의 도중 교체에 따른 반발과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엄 사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45%)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누가 맡든 MBC는 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공영방송으로 객관적 보도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새로운 미디어환경에 걸맞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것만이 외부 간섭을 배제하면서 MBC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노조가 걸핏하면 들고 나오는 '정부의 방송 장악설'의 본질이 만약 방송의 사유화,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것이라면 엄 사장부터 앞장서 이를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
MBC 이사진의 일괄사표 제출과 어제 방문진의 결정을 두고 온갖 추측과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야당과 MBC 노조는 방문진이 엄 사장과의 사전 밀약을 통해 MBC를 길들이려 한다고 주장한다. 방문진의 진짜 목표 역시 광우병을 왜곡 보도한 이나 MB정부에 비판적인 <100분 토론>을 만들고 내보낸 본부장들의 퇴진이었다는 것이다. 대신 허수아비 경영진을 내세워 방송을 정권의 꼭두각시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주장의 사실 여부와 엄 사장을 재신임한 배경은 무엇인지, MBC노조의 진짜 속셈은 어디에 있는지는 새로 선임될 본부장들과 엄 사장이 추진할 MBC 개혁의 방향과 내용, 이를 대하는 노조의 태도로 금방 증명될 것이다. 안팎으로 엄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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