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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비극 아로새기다/ '지금 내리실…' '아무도 기억…' 2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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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비극 아로새기다/ '지금 내리실…' '아무도 기억…' 2권 출간

입력
2009.12.11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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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11개월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무리한 진압작전이었다'는 철거민들의 입장에 동조하건'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는 경찰의 입장을 이해하건, 용산참사가 한국사회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실천문학 발행)는 상처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예술가들이 아로새긴 용산참사의 기록이다. 용산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에 항의하기 위해 6월 9일'6ㆍ9 작가선언'을 낭독했던 시인, 소설가와 만화가, 사진작가 등이 온라인 매체에 기고했던 시, 소설, 산문, 판화, 사진 등 120여 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소설가 윤이형씨는 '정의가 우리와 함께 하기를'이라는 글에서 용산 4구역을 찾아 아직도 장례도 치르지 못한 유족 앞에서 느낀 비탄을 "기이한 곳이다"라는 말로 전했다. 윤씨는 "'안녕하세요?'라는,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하는 평범한 인사를 건넬 수 없었다"고 용산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린 뒤"새로운 욕망 하나가 생겨났다. 그건 정의와 공정함이 살아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이었다"고 썼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씨는 '용산참사에 부치는 두 편의 글'에서 "이 정권은 환자다"라며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권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이 사태는 이제 정치학이 아니라 정신병리학의 소관으로 보인다"고 진단한 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법은 사랑의 논리화가 아니라 폭력의 합리화에 가깝다. 이제 문학은 법과도 싸워야 한다"고 탄식했다. 안현미 시인도 '뉴타운 천국'이라는 시에서 용산참사 철거민들의 남은 삶을 "어떤 사람들은 어느 날 느닷없이 왼손을 잘리고 남은 생을 오른손잡이로 살아가야 하는 왼손잡이처럼, 자신의 뿌리를 잘리고 남은 생을 뿌리 바깥에서만 살아가야 한다" 고 비유하며 '뉴타운'으로 상징되는 무차별적인 개발정책에 쓴소리를 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의 죽음> (산책자 발행)은 용산참사에서 희생당한 철거민들의 죽음을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와 같은 맥락에서 조명한 책이다. 김 원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서동진 계원디자인예술대 교수 등 진보적 지식인 16명이 이런 일련의 죽음을 기억하는 행위야말로 민주주의적 가치의 퇴행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역설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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