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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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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중독

입력
2009.12.11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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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에서 나오다 한 청년을 보았다. 그곳에는 '인형뽑기'를 비롯해 몇몇 오락기계가 놓여 있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밤이라 불은 꺼져 있고 오락기에서 나오는 불빛만이 희붐하게 고여 있었다. 그 시간 그는 혼자 인형뽑기 앞에 서서 집게를 조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인형뽑기 하면 떠오르는 이가 있다. 그가 인형뽑기를 하는 것 같다며 어머니가 걱정한 지 벌써 10년이 되어온다.

그 사이 그는 달인이 되었다. 인형을 뽑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고 사람들을 끌려 갖다 놓은 양주는 물론이고 트랜지스터 라디오도 척척 뽑는다. 어느새 그는 기계 주인들이 두려워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런 기술을 가지는 동안 월급의 반을 다 썼다고 어머니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노년을 위해 저축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도 그는 인형뽑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여우 같은 마누라도, 토끼 같은 자식도 없는 자신에게 유일한 낙이라곤 인형뽑기 뿐이라는 것이다.

사각형의 유리 상자 속에서 집게를 움직이는 동안 그는 잠시 그 세계의 주인이 된다. 그가 얼마 전 방 두 칸짜리로 이사를 한 것도 다 인형뽑기에서 뽑은 물건들을 쌓아두려는 것이라고 어머니는 추측했다. 휴게소를 나오다 다시 그 청년을 보았다. 오락 기계에서 나오는 빛으로 간신히 실루엣만이 살아 있었다. 커다란 그의 등이 왠지 외로워 보였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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