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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캘빈클라인 디자이너 프랜시스코 코스타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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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캘빈클라인 디자이너 프랜시스코 코스타 단독 인터뷰

입력
2009.12.11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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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 패션을 입히는 작업이 '코스타의 캘빈클라인'입니다. 시간을 거스르는 영속성을 유지하면서 현대 여성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하는 것이 모토이지요."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하우스 캘빈클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란시스코 코스타가 방한했다. 캘빈클라인사가 매년 전 세계 도시 중 한 곳을 선택해 펼치는 패션 프레젠테이션의 올해 개최지가 서울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이 현역에서 은퇴하며 2004년 브랜드 수장에 발탁된 코스타는 '캘빈 없는 캘빈클라인'의 미래에 대한 세계 패션 업계의 우려를 2006년과 2008년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최고여성복디자이너상을 거푸 수상하며 말끔히 씻어낸 인물. 정교한 테일러링과 소재에 대한 안목으로 정평을 얻고 있는 그는 10일 기자를 만나자 마자 대뜸 "질문이 있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어제 저녁 서울 청담동 패션 매장들을 둘러보다 꼬르소꼬모(제일모직이 운영하는 수입 의류 편집 매장)에 들렀는데 마침 세 명의 여성들이 캘빈클라인 컬렉션 제품을 입어 보더니 즉석에서 샀다. 20대를 겨냥한 아주 젊은 디자인이었는데 40대 중반쯤 되는 여성들이 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의 패션 인구는 다소 연령대가 높은가."

-인구의 문제라기보다는 고가 수입 의류를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자면 자연 연령대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면 될 듯싶다. 그건 그렇고 이번이 첫 방문이다.

" 어제 새벽 4시에 도착해 오후 6시까지 각종 미팅을 소화하고 나서야 겨우 서울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전통 건물이 들어선 역사적 도시인 줄 알았는데 고층 빌딩들로 둘러싸인 굉장히 젊고 역동적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같이 일하는 어시스턴트 디자이너 중에 한 명이 한국인인데 그로부터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왠지 친근하다."

-브랜드 창립자인 캘빈 클라인과 여러모로 비교되는 것이 힘들 것 같다. 코스타의 캘빈클라인은 어떤 차별화가 가능한가.

"창립자의 오로라가 오래 유지되는 것은 중요하다.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그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나의 역할은 그가 창조해 낸 클래식에 보다 패셔너블한 아우라를 입히는 것이다. 정교한 수작업과 디테일을 통해 고급스러운 감각을 더하기 위해 노력한다."

-캘빈클라인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고가의 컬렉션 라인부터 언더웨어, 진, 향수, 액세서리까지 11개의 라인을 내놓고 있다. 한 브랜드 안에 다양한 라인을 갖고 있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 준다. 컬렉션 라인은 보다 정교하고 럭셔리하게, 진은 보다 캐주얼하면서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

(코스타와 동행한 톰 머리 캘빈클라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불거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세계 럭셔리 패션 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지만 캘빈클라인의 경우 고가 컬렉션 라인부터 비교적 싼 데님과 언더웨어, 향수까지 다양한 라인이 있어 타격을 덜 받았다고 말했다. 톰 머리 역시 캘빈클라인을 럭셔리 브랜드 대신,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패션 브랜드라고 정의했다)."

-뉴욕 사무실의 풍경을 소개한다면….

"온통 하얗다. 매주 금요일마다 사람의 흔적을 지우기라도 하듯 본사 전체 빌딩을 하얀색으로 칠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흥미롭지 않나. 사찰 같은 느낌도 있지만 고요하고 청명하며 어떤 영속성이 느껴진다."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

"디자이너들이 나의 스승이다. 특정한 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쿠튀르적 색채와 프린트가 매력인 오스카 드 라 렌타,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한 캘빈 클라인, 의상이 아닌 컬렉션 전체에 어떤 메시지를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천재적 재능을 보여 준 톰 포드 등이 모두 나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다. 또 다양한 전시 관람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세계 패션계가 말라깽이 모델을 기용해 거식증을 유발하고 여성의 미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신의 쇼에도 깡마른 모델들을 세우던데…. 또 언더웨어와 진즈 등 몇몇 라인의 광고는 노골적으로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웃으며) 1990년대 케이트 모스를 처음 발굴하고 CK원(one) 향수 광고를 통해 말라깽이 몸매에 대한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을 생각하면 캘빈클라인에 원죄가 있는 건 맞다. 그러나 마른 몸을 추구하는 것은 소비자 모델에이전시 광고 등 다양한 분야의 흐름이지 단지 패션 하우스의 문제는 아니다. 이런 풍토를 바꾸려면 앞으로도 몇 세대는 더 지나야 하지 않을까. 굳이 변명하자면 우리는 날씬하면서 건강한 몸매(slimmer)를 내세우지 말라깽이(skinny)를 원하진 않는다. 관능적 광고는 회사의 오래된 마케팅 수단이었고 소비자들이 여전히 이런 광고들에 대해 진실하고 젊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패션 시장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나.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들었다(머리에 따르면 올해 미국과 일본의 성장세가 고착상태에 빠진 반면, 한국은 매출이 35% 나 증가했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한국 시장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코스타는 누구?

브라질의 구아라니에서 성공한 의류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뉴욕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했다. 재학 중 영디자이너오브아메리카상을 받았으며 1993년 오스카드라렌타에 입사, 디자이너 시그너처 라인 컬렉션과 피에르 발망 오트쿠튀르 및 프레타포르테 등을 함께 했다. 98년 톰 포드의 권유로 구찌디자인스튜디오에서 시니어디자이너로 일했으며 2002년 초 캘빈클라인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겼다. 2004년부터 캘빈클라인 컬렉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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