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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사장 유임·임원 4명 교체/ 최악은 피했지만 'MBC 혁신' 가시밭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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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사장 유임·임원 4명 교체/ 최악은 피했지만 'MBC 혁신' 가시밭길 예고

입력
2009.12.11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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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MBC 사장이 10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에서 사표가 반려돼 유임되고, 당초 함께 사표를 제출한 MBC 임원진 8명 중 4명만 교체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엄 사장은 경질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했지만, 시사ㆍ보도 프로그램 본부장들의 해임으로 방문진의 MBC 옥죄기, 길들이기가 노골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BC의 앞날이 순탄해 보이지 않는 이유다.

'사퇴' 무리수 두기는 힘든 상황

방문진이 내세운 엄 사장 유임의 이유는 경영혁신과 조직안정이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이날 "엄 사장이 아직 '뉴 MBC 플랜'을 이행하는 중이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주면서 개혁의지를 지켜볼 것"이라며 "연말연시 등 방송사에 중요한 시점에 경영진의 사표를 일괄적으로 수리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조직안정을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사표를 반려한 배경을 설명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엄 사장 등 임원진의 2년 간 경영 결과와 뉴 MBC 플랜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차기환 방문진 이사는 "이사들의 의견이 엇갈리긴 했지만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 엄 사장의 유임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앞서 엄 사장은 지난 11월 말까지 MBC 노사협의체인 미래위원회를 통한 단체협약의 재검토, 공정성위원회 운영, 미래전략 및 중장기 인력계획의 수립과 시행 등을 골자로 하는 뉴 MBC 플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MBC 관계자는 "방문진이 경영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엄 사장 유임이라는 기회를 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내년 2월 MBC 정기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방문진이 굳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엄 사장을 사퇴시킬 뚜렷한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경영상의 문제점 등이 크게 없는데다 MBC노조와 정치권 등 언론계 안팎에서 예상되는 반발도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후임자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당시처럼 엄 사장을 사퇴시킬 경우, 극심한 분열과 혼란만 불러올 뿐이라는 얘기다. MBC 관계자는 "일단 내년 2월 정기주총 때까지 지켜보자는 것으로 유임이 결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27일 MBC에서 진행된 '대통령과의 대화' 출연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MBC에 좋은 일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이 엄 사장 유임을 뜻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엄기영 MBC'의 과제들

엄 사장 재신임으로 MBC는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방문진이 뉴 MBC 플랜의 이행을 또 다시 강조하는 등 강도높은 경영혁신은 피해갈 수 없는 형편이다. 방문진은 지난달 30일 엄 사장의 뉴 MBC 플랜 이행사항에 대한 평가에서 성과가 미흡하다고 비판했기 때문에 향후 추진과정에서 적지않은 공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여러 차례 방문진의 지적과 비판을 받은 'PD수첩' 등 프로그램의 진상조사에 대한 부담도 털어내야 한다. 차기환 방문진 이사는 이번 일부 임원들의 퇴진으로 'PD수첩' 등 프로그램의 책임 문제가 해소된 것이냐는 질문에 "이사회에서 개별적인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신임 경영진이 판단하고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MBC는 특히 그동안 방문진이 지적해온 공정성과 객관성, 노조의 경영권 개입 논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단체협약의 일부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내년 영업이익 5%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결국 엄 사장이 이 같은 일련의 업무 추진과정에서 방문진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노조 등 내부의 반발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이 향후 MBC의 진로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이날 "노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한 방문진이 이사 4명을 해임했다"며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퇴진 등을 포함,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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