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혼남녀의 비율이 4년 새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앞으로 결혼할 의향이 있다는 비율도 4년 전보다 줄어들어 비혼 및 만혼과 이로 인한 저출산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올 6~7월 전국 표본 1만211가구의 20~44세 기혼여성 3,585명과 미혼남녀 3,3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9년도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2005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한 것으로 조사는 방문을 통한 면접조사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자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2005년 미혼남녀 각각 54.4%와 42.1%에서 올해 24.3%와 24.0%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기대자녀 수도 줄어들어 한 자녀 선호도는 여성이 15.5%에서 28.5%, 남성이 12.5%에서 22.9%로 높아졌다.
결혼하겠다는 미혼남성은 2005년 82.5%에서 올해 75.7%로, 여성은 73.8%에서 73.1%로 줄었으며, 결혼계획 연령도 남성이 31.8세에서 32.1세로, 여성이 29.7세에서 30.6세로 늦춰져 비혼ㆍ만혼 현상이 강화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수가 2005년 2.3명에서 4년 만에 1.98명으로 감소, 저출산 징후가 뚜렷했다. 다만 기혼여성은 자녀를 두는 데 대한 인식이 다소 긍정적으로 변해 '자녀는 갖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2005년 64.9%에서 89%로 늘었으며,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일수록 긍정 답변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기혼여성의 74.3%는 추가 출산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특히 현재 한 자녀를 둔 가정에서도 54.8%는 둘째를 낳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자녀교육비 부담이 26.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소득ㆍ고용 불안정(18.6%), 양육비 부담(16.7%) 순이었다.
취업여성의 경우에는 양육비보다 일과 가정의 양립 곤란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교육비 부담과 일ㆍ가정 양립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여성의 평균 출생아수(1.66명)는 전국가구 월평균 소득 대비 100~140%(345만~483만원) 수준인 가구에서 가장 적었으며, 특히 취업여성 중 고위ㆍ전문직, 사무종사자의 경우 자녀양육시간 부족으로 더 적게 낳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산층은 자녀를 잘 키우려는 욕구는 강한 반면 이를 위한 높은 투입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워 다른 계층에 비해 더 많이 출산을 포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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