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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국격은 공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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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국격은 공직에서 나온다

입력
2009.12.11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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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G20 정상회의를 한국에 유치한 것은 의미가 깊은 일이다. 2010년은 중요한 사건들의 고비와 매듭이 이루어지는 해다. 흔히 한일합방이라고 말하는 경술국치와 국권 상실 100년, 안중근 의사 순국 100년, 6ㆍ25 60년, 5ㆍ18 30년, 지방선거, 남아공 월드컵에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숨가쁜 한 해가 펼쳐진다. 이런 격동의 해에 정치ㆍ외교적 의의가 큰 세계적 행사까지 치르게 된 셈이다.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하지만

세계 경제질서를 만들어가는 G20체제의 의장국이 됐으니 자랑스러운 건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요즘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2002월드컵 유치 당시와 비슷한 열기에 휩싸여 있다. G20정상회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만능열쇠일 리 없지만, 이를 매개로 나라와 사회의 면모를 일신해 보려는 의욕은 20여 년 전과 똑같아 보인다.

새해 업무보고에 정부 부처마다 국격을 높일 방안을 포함시키도록 하거나 국무총리실에서 국가품격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니 그 내용이 궁금하다. 정운찬 국무총리도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총리가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데, 정부 부처는 물론 민간의 역량까지 한데 잘 모으기를 바란다.

실상 대한민국은 큰 나라인데도 국제사회에서는 미성년 단계의 행동이나 정책으로 인해 제 대접을 받지 못해왔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위상이 달라진 것도 최근에야 이루어진 일이다.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기여와 봉사는 아직도 미흡하고 부족하다. 경제력이나 인구 등의 규모문제가 아닌, 의식의 문제다.

국격을 높이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격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축적된 전통과 이미지의 힘에 좌우되며 나라라는 추상적 존재보다는 각 개인들에 대한 구체적 평가를 통해 종합되기 마련이다. 제도적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개인들, 즉 공직자들의 행동이 중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정ㆍ부패는 말할 것도 없이 뿌리뽑아야 하겠지만, 공직자로서의 일반적 처신의 격을 높이는 일에도 주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퇴직공직자의 편법 취업 문제다. 취업제한 기관을 정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지만, 2005~2007년에 취업제한 대상 기업에 재취업한 4급 이상 공직자 199명 중 5명만 제동이 걸렸을 뿐 나머지는 심사를 무사 통과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자본금 50억원 이상이면서 연간 거래액이 150억원을 넘을 경우만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두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제한 대상에 포함시키고, 퇴직 후 취업을'보수 형태로 급료를 받기 위한 서비스 제공에 종사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해 자문ㆍ고문등 편법 취업을 막자고 제안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이임의 인사'편지를 한 달쯤 전에 보내왔다. 이임 한 달이 지나 쓴 편지에서 한 전 총리는 자신의 업적을 소개하고, 퇴임 후에도 활발히 대외활동과 자원외교를 하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대통령 빼고 안 한 일이 없을 만큼 다채로운 경력자가 굳이 아직도 이렇게 자신을 알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정작 더 실망스러운 것은 그가 퇴임 직후 특정 법률사무소의 고문 직을 맡은 점이다.

그는 총리에 취임하면서 청백리내각, 현장 중시내각, 부처 이익보다 국가를 우선하는 국익내각, 성숙한 세계국가를 지향하는 국격내각이 되도록 하자고 강조했지만, 이 다짐을 퇴임 후에는 스스로 실행하지 못했다. 자원외교만큼 중요한 일인데도 그런 점을 잘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공직자윤리법 강화ㆍ개정을

퇴직 후의 처신은 국가를 위해 봉사해온 인재의 재활용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공무원들은 재취업 제한에 대해 불만이 높지만, 일단 규정과 법이 만들어진 이상 지켜야 한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됐으니 진지하게 논의하는 게 좋겠다. 국격을 높이려면 공직자들부터 달라져야 한다. 공적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공개념이 약한 공직자들이 아직도 너무나 많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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