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검찰이 출석을 요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전 총리 측은 "억지 짜맞추기 수사에 협조할 이유가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당장 소환 조사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변호인단을 통해 한 전 총리에게 11일 오전 검찰에 나와 줄 것을 요구했다고 10일 밝혔다. "2007년 초 한 전 총리에게 남동발전 사장 선임 청탁과 관련해 5만달러를 줬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 전 총리를 직접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에게 금품을 전달한 곳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소환에 불응할 것에 대비해 불구속 수사라는 '회유책'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 전 총리 측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전 총리 측은 "단둘이 만난 사실 자체가 없고 그럴 사이도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여러 사람이 참석한 모임에서 곽 전 사장과 은밀하게 따로 만나 돈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돈이 건네졌을 당시 정황을 이미 상당 부분 파악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검찰은 2007년 초 총리 공관이 출입자 기록을 보관하고 있지 않아 곽 전 사장의 방문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곽 전 사장의 구체적인 진술 등으로 혐의 입증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한 전 총리 측은 결사항전의 태세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이명박 정권ㆍ검찰ㆍ수구언론의 정치공작 분쇄 및 정치검찰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이 이번 사안에서 법과 원칙과 절차를 완전히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을 일부 언론에 흘린 데 이어 수사상황인 출석 통보까지 악의적으로 특정 언론에 유포했다"며 "이런 수사는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는 불법으로, 출석 요구도 정상적인 수사절차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강경대응은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더 이상의 흠집이 가해질 경우 친노세력이 중심이 되어 창당을 준비 중인 국민참여당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소환 요청에 계속 응하지 않을 경우 "무언가 떳떳하지 못한 게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어 한 전 총리 측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검토해 왔던 민주당 역시 고민이 크지 않을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한 전 총리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으나, 지난해 말 김민석 최고위원의 불법 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당 전체가 '김민석 지키기'에 나섰다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날도 주변 인사들에게 "어떡하면 좋겠느냐"고 문의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스테이트월셔 골프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골프장 회장 공모(43ㆍ구속기소)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현경병 의원에게 이번 주 중 검찰에 출석해줄 것을 통보했다.
또 공씨와 다른 후원업체 등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같은 당 공성진 의원에게는 다음주 중 출석해달라고 통보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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