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발표한 외국어고 개편 방안은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었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외고 측의 반발을 의식해 적당한 선에서 미봉한 중재안 같은 느낌을 준다. 교육적 본질을 비켜간 이 정도의 '타협안'으로 외고 문제의 해결, 나아가 고교 교육체계의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모두 알다시피 외고 문제는 외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 과열현상이 초등학교 저학년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기 때문에 제기된 것이다. 외고가 선행학습을 받은 학과성적 우수학생들을 모아 대학입시에서 현실적으로 특권적 지위를 누려온 데 대한 문제 제기였던 것이다. 대입에서 외고의 성과는 우월한 학교교육 덕분이라기보다 전적으로 이렇게 선발된 학생들의 그룹효과에만 기댄 것이다. 결국 외고의 설립목적과 동떨어진 편법 운영이 사안의 본질이며, 사교육은 그 부작용이다.
앞서 교육부의 자체 조사에서도 국민의 70.6%가 외고의 잘못된 운영을 사교육 증가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런데도 본질을 거의 건드리지 못한 이번 대책은 국민의 평균적 인식수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 전체 외국어교과 비중을 그대로 둔 채 다만 의무이수 외국어를 현행 3개에서 2개로 축소하는 정도 밖에 없다. 국내 대입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왜곡된 수업체계를 전면 개편해 원래의 설립목적을 회복토록 하겠다는 의지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는 인원 축소, 선발방식 조정, 취약계층 배려 등 핵심을 벗어난 대증적 방안들만 나열하고 있다. 이마저도 실제 사교육 경감에 효과가 있을 지 미심쩍은 것들이다. 이 정도 방안에도 수도권 외고들이 학교선호도 하락, 진학지도의 어려움, 재정 악화 등을 들어 "차라리 학교 문을 닫으라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지금처럼 운영하려면 문을 닫게 하는 것이 당연히 옳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확정안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말고 다시 방안을 다듬기 바란다. 교육에서 섣부른 미봉은 또 다른 문제를 끝없이 파생시킨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충분히 경험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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