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책임여행이고 공정여행이다. 관광객이 소비하는 이득을 현지인에게 돌려주고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는 여행이다. 이 단어를 떠올릴 때면 캄보디아에서 만난 계집아이가 떠오른다. 관광지마다 벌떼처럼 몰려드는 어린 상인들 가운데서 그애는 남달랐다. 우리에게는 푼돈인 1달러도 그곳의 한 달 급여를 생각한다면 꽤 큰 돈이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쉽게 돈을 버는 재미를 알게 된 아이들은 더 이상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다. 너댓 살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아이가 조악한 사진을 내밀었을 땐 남 일 같지 않았다. 야시장의 곤충 튀김을 파는 수레 앞에 이르자 일행이 물었다. "이건 뭐야?" 아무도 그 곤충 이름을 몰랐는데 누군가 똑 부러진 한국말로 대답했다. "물방개." 바로 그애였다. 그애는 그곳 수레에 담긴 십수 종에 이르는 곤충들의 이름을 한국어로 다 꿰고 있었다.
그애는 팔찌가 든 바구니를 끼고 우리 일행을 한 시간도 넘게 따라왔다. 어쩔 수 없이 모른 체했지만 내내 관심이 갔다. 무엇을 해도 잘할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여행에서는 그런 적선보다는 기부를 권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얼마나 지킨 걸까. 비행기 이용은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걸리는 것이 많다. 윤리적 소비 부분, 숙소 앞 마리오네트를 파는 이와 흥정하면서 너무도 많이 깎았다. 어쩔 수 없는 아줌마 본능이 튀어나와버렸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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