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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엄마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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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엄마의 행복

입력
2009.12.0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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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많을수록 엄마들 덜 행복…" 저출산 해결은 육아현실 인식부터

아이에게 나는 어떤 엄마일까.

22개월짜리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진 못하지만 궁금할 때가 있다.엄마의 성격 행동 감정 가치관 모두 아이가 성장하는 데 영향을 미치겠다 생각하면 더욱 궁금해진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도 있지 않나.

최근 국내 연구팀이 흥미롭게도 '엄마의 행복'을 수치화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한경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팀은 유아용품업체 보령메디앙스 산하 보령모자생활과학연구소와 함께 지난해부터 60개월 이하 영·유아를 키우는 엄마 7,482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양육 방식이나 환경을 추적하는 장기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연구팀은 지난 1년간 이뤄진 1차 조사 내용을 7일 발표했다.

조사 내용 가운데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엄마들이 느끼는 행복 수준을 측정한 데이터가 눈길을 끌었다. 행복감의 평균을 0이라고 했을 때 엄마들이 느낀 가장 높은 행복감은 0.2. 그런데 자녀가 아니라 친정 부모와 함께 있을 때였다.

자녀와 함께 있을 때는 행복감 수치가 오히려 -0.1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남편과 함께 자녀를 돌볼 때는 행복감이 0.1 이상으로 상승했다.

아이가 소중하긴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육아가 마냥 행복한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연구팀은 "가족 안에서 자녀에 대한 책임이 집중돼 여성이 심리적 속박감이나 사회적 소외감을 느낀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1차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육아 과정에서 행복이나 우울함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엄마를 4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평균보다 더 행복하고 덜 우울한 엄마는 38.5%에 불과했다. 이들은 4가지 유형 가운데 가장 자녀 수가 적었다.

반대로 평균보다 덜 행복하고 더 우울한 엄마 유형(31.5%)은 자녀가 가장 많았다.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춰진 데이터다.

아직까지 육아는 엄마의 일이고 집안 문제라는 인식이 강한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상적으로만 논의돼 왔던 양육 문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이뤄진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정확한 현실 인식에서 시작돼야 하기 때문이다.

보령모자생활과학연구소는 "갓난아이가 어린이가 될 때까지 아이를 둘러싼 모든 행동 양식과 환경을 국내 최초로 데이터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데이터는 향후 아이의 성장 및 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밝히거나 보다 현실적 보육 정책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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