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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화폐 개혁과 북미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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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화폐 개혁과 북미 관계

입력
2009.12.0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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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구권 화폐와 신권의 100 대 1 교환이다. 구권 화폐 10만원까지만 신권으로 교환해 준다고 한다. 나머지는 예금소에 맡겨야 한다고 하나, 그것이 화폐로서의 가치는 커 보이지 않는다. 이번 화폐 개혁은 북한이 과거 4차례 단행한 것보다 훨씬 충격이 큰 조치다. 북한 사회 내부에 혼란이 생기고 주민들이 당황스러워 한다는 전언이다. 당연한 일이다.

대외 경제 활성화가 관건

이번 조치로 당장 체제를 위협할 정도의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폐 개혁으로 심각한 손해를 보는 주민이 다수는 아닐 것이다. 시장 세력과 일부 권력층에는 타격이 클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국가에 조직적으로 반발하기도 어려운 시스템이다.

문제는 국가의 공급 능력 확보다. 이번 조치로 북한 체제는 비사회주의적 요소에 대해 극약 처방을 내렸지만, 동시에 국가가 상품 공급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국내 생산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거나, 대외 경제관계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공급능력 확대는 불가능에 가깝다. 내부 자원을 동원한 공업화 전략은 한계에 도달해 있고, 자체 상품 생산도 마찬가지다. 배급제에 준하는 식량 공급을 해야 하지만, 그럴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식량 문제를 자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가능한 영역은 대외 부문이다. 대외 부문에서의 공급 능력 확대가 더욱 중요해졌다. 북미 관계 개선과 북중 관계의 심화를 통해 공급 능력을 확대하는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길게 보면, 화폐 개혁은 남북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이 대외적인 공급 능력을 확보하지 않은 채, 내부 단속으로 상황을 돌파하려 한다는 것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는 또 다른 경제 위기 상황을 초래케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 경제의 딜레마다.

결국 이번 화폐 개혁은 대외 부문과의 보다 긴밀한 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대외 공급 능력이 화폐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외부의 경제적 지원 속에서만 국가의 공급 능력이 확보될 수 있다. 그것은 북한이 핵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중요한 환경의 하나가 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 없이 북미 관계 개선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북중 관계 심화를 통해 그럭저럭 버틴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중국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화폐개혁의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핵 문제 조기 해결이 필수적인 것이 되고 있는 것이다.

화폐 개혁은 북한체제의 위기이자 기회다. 경제 상황으로 보아 이번 화폐 개혁은 고육지책이다. 국가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국가가 비사회주의적 요소의 척결에만 머무르는 보수적 선택에 집중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대외 부문과의 관계를 긴밀화하는 가운데, 대외 부문에서의 공급 능력을 확대시켜 경제를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점진적이겠지만 단호하게 북한이 결단해야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본다.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외부 세계의 경제 지원만이 북한 경제 회생의 길이다.

북미 관계 개선 계기되길

때마침 7년 만에 미국 특사가 평양을 방문했다. 화폐 개혁 직후, 스티븐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평양에 가 있는 것은 상징하는 바 크다. 북한 체제를 압박만 하지 않는 오바마 정부와의 대화는 북한 체제의 미래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오바마 정부 1기 임기 내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점차 시간이 북한편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이번 화폐 개혁이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정상화에 기폭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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