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심 기대는 했지만 막상 이름이 불리고 나니 가슴이 울컥했다. 단상에 올라서서 소감을 말하려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뜨거운 눈물과 함께 지난 세월의 서러움도 씻겨 내려갔다.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압도적인 표차로 1루수 부문 황금장갑을 끼게 된 최희섭(30ㆍKIA)은 "작년에 정말 고생했는데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울먹였다.
최희섭은 이어 "(내가 올랐던) 전국의 모든 산에서 술 한잔 하고 싶다"고 뼈있는 농담을 한 뒤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내년엔 최고선수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산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3루수 부문에서는 '예상대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김상현(29ㆍKIA)이 황금장갑을 거머쥐었다. 김상현은 "지난 9년간 야구를 할 수 있게 해주신 지도자들에게 감사한다. 2군들이 나처럼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최희섭과 김상현에게 지난 세월은 '고난'이었다. 2007년 메이저리그를 접고 국내에 복귀한 최희섭은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00년 해태에서 데뷔한 김상현도 LG 시절이던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조차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둘은 2009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최희섭과 김상현은 나란히 3할-30홈런-100타점을 올렸다. '3-30-100 클럽'은 2004년 현대 브룸바 이후 5년 만의 대기록이다. 최희섭과 김상현은 눈물로 씨를 뿌린 대가를 거둔 것이다.
투수 부문에서는 KIA 로페즈(210표), 포수 부문에서는 KIA 김상훈(252표), 2루수 부문에서는 SK 정근우(284표), 유격수 부분에서는 두산 손시헌(159표)이 주인공이 됐다. 외야수 부문에서는 두산 김현수(323표), LG 박용택(265표), 히어로즈 이택근(126표)이, 지명타자 부문에서는 롯데 홍성흔(287표)이 영광을 안았다.
2년 연속 황금장갑을 낀 김현수는 총 유효득표 341표 가운데 323표(94.7%)를 얻어 최다득표를 기록했다. 가장 경합이 치열했던 유격수 부문에서는 손시헌이 히어로즈 강정호(122표)를 37표차로 따돌리고 '지존'에 올랐다.
구단별로는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가 4명으로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두산 2명, SK LG 히어로즈 롯데는 각 1명을 배출했다. KIA의 4명 수상은 전신 해태 시절이던 97년 이후 12년 만이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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