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요즘 춤 배워요" 신입사원은 고달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요즘 춤 배워요" 신입사원은 고달파!

입력
2009.12.09 23:35
0 0

지난 7월 중견기업에 입사한 A(24ㆍ여)씨는 요즘 동기 4명과 함께 모 여성댄스그룹의 춤을 익히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퇴근 후 밤 늦게까지 회사 강당에서 동기들과 안무를 맞춰보고, 주말에는 댄스학원에 나가 단체로 교습까지 받는다. 2주 뒤에 있을 사내 송년모임 장기자랑에 나서기 위해서다.

회사에서 송년모임 장기자랑 참가팀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없자 자연스레 신입사원들의 몫으로 떨어진 것. 다들 '몸치'에 가깝다 보니 연습하느라 주중 저녁시간과 주말까지 반납해야 하는데다, 50만원이나 되는 단체 교습비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연말 사내 송년모임이 신입사원에게 피하고 싶은 고달픈 자리가 되고 있다. '친목 도모'라는 이유로 댄스 장기자랑에 억지춘향식으로 동원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서울 강남의 A댄스학원은 최근 새벽이나 저녁이 되면 최신 대중가요의 현란한 안무를 배우는 교습생들로 북적거린다. 대부분 사내 송년모임 장기자랑에 선보일 춤을 배우기 위해 1~2주 단기 교습을 받는 신입사원들이다.

학원 관계자는 "작년에 50여 팀이 장기자랑을 위해 강습을 받았고, 올해는 지금까지 15개 팀 정도 왔다"며 "장기자랑 교습 문의 전화도 하루 다섯 통 이상씩 온다"고 말했다.

회사 모임을 위해서라지만 업무시간을 뺄 수도 없어 연습은 주로 출근 전 이른 새벽이나 퇴근 후 밤 늦게까지 이루어진다. 강남의 B댄스학원 관계자는 "새벽 5,6시에도 수업이 있고 퇴근 후 밤 10시에 와서 자정까지 배우고 가는 직장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교습비는 학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4인으로 구성된 한 팀 당 1시간 교습에 10만원선. 춤 하나를 배우려면 보통 5~8시간 가량 지도를 받아야 해 최소 50만원 이상이 드는 셈이다.

송년모임에서 장기자랑을 벌이는 회사는 주로 중견 기업이나 유통업체, 병원 등이다. 회사는 직원들의 소속감 고취와 동료간 친화력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마련하지만, 부담은 고스란히 신입사원에게로 돌아간다.

서울 모 병원의 3년차 간호사 이모(24ㆍ여)씨는 "장기자랑에 자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막내들을 시킬 수밖에 없다"며 "준비하려면 시간이 많이 들고 몸도 힘드니까 다들 피한다"고 말했다.

상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신입사원들로서는 그야말로 '울며 겨자먹기'식 장기자랑이다. 댄스학원에서 춤을 배우고 있는 한 신입사원은 "다들 춤을 잘 추지 못해 힘들지만 선배들 기대도 있다 보니 '이왕 하는 거 잘해보자'며 서로를 위로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