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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중부 유럽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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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중부 유럽과 북한

입력
2009.12.0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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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기자들과 점심을 먹다가 우연히'중부 유럽'얘기가 나왔다. 우리 언론에는 여전히 생경한 용어다. 쉽게 지리학적으로 서유럽과 동유럽 사이를 뜻하는 듯하다. 그러나 유럽과 세계를 서구와 동구로 나눈 냉전시대 지정학 적 구분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는 모호한 개념이다. 내게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세상이 떠들썩할 때,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에서'중부 유럽'시리즈를 읽고 주눅 든 기억이 새롭다. 중고등학교 시절 세계사와 세계지리 시간에 건성 배운 지식이 역사적 변전을 해석하고 전망하는 기초인 사실에 무엇보다 놀랐다.

■중부 유럽의 개념은 다양하다. 원래는 지금의 오스트리아가 중심인 합스부르크 제국의 영역을 일컫는 데서 출발해 독일 제국과 독일어 권을 포괄한다. 헝가리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세르비아 리투아니아 벨로루시 우크라이나 그리스 등에 이르는 광범한 지역을 지칭하기도 한다. 뭉뚱그리면, 냉전 종식에 이르도록 영국 프랑스 등 전통적 서유럽 국가와 동방국가 성격이 짙은 러시아 사이에서 생존을 다투며 융성과 쇠퇴를 겪은 국가들이다. 영국 언론을 대표하는 가디언이 냉전 종식에 즈음해 최고의 논객을 동원해 중부유럽 르포를 시도한 것은 역사에서 미래를 전망하는 지혜일 것이다.

■가디언의 중부 유럽은 좁게는 냉전의 질곡에서 해방된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이다. 그러나 그 안목이 돋보이는 것은 동구의 역사적 변혁을 세계대전과 냉전의 틀을 넘어 중부 유럽의 운명적 변전으로 평가한 데 있다. 거칠게 단순화하면, 사회주의 혁명 종주국 소련의 존재와 세계대전은 중부 유럽의 공산화와 서구와의 분단에 하나의 계기일 뿐이다. 서유럽과 러시아적 조건, 토양이 혼재한 중부 유럽은 나름대로 주권적 선택을 했고 오랜 모색과 갈등을 거쳐 스스로 사회주의 이상과 실험을 포기하는 새로운 선택을 했다. 그리고 혁명 이전의 중부 유럽으로 복귀했다.

■중부 유럽의 역사적 변전에서 주목할 것은 저마다 행로가 다른 사실이다. 헝가리와 폴란드는 비공식 경제와 노동운동이 발달한 조건을 토대로 권력과 민중의 타협에 의한 평화적 체제 전환을 이뤘다. 사회주의 이념을 고수한 체코와 동독은 민중시위에 의한 비폭력 혁명을 겪었다. 북한을 빼 닮은 전체주의와 권력 세습에 의지한 루마니아는 유혈 혁명에 의한 폭력적 체제 전환에 이르렀다. 강고한 전체주의와 권력 세습을 결합한 북한의 시장경제 실험과 화폐 개혁을 어찌 봐야 하나. 막연히 중부 유럽의 변전을 떠올린 까닭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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