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예정 부동산 투자로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7,000여명으로부터 3,000여억원을 받아 챙긴 '허위 부동산 펀드' 투자업자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김학석)는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및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위반 혐의로 E부동산컨설팅그룹 대표 최모(54)씨 등 7명을 구속 기소하고 잠적한 이 회사 회장 양모(63)씨 등 7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1999~2008년 강원, 제주 등 10곳의 부지를 3년 안에 개발해 원금의 3~5배 이상 수익을 보장하고 개발이 무산되면 원금 및 이자 10%를 돌려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돈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제주 애월그린오션파크''횡성골든에이지타운' 등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개발예정지라고 강조했으나 이들 부지는 현재 대부분 나대지 상태로 남아있다. 횡성 사업지는 상수원보호구역 상류에 위치해 도시관리계획 수립이 애초에 불가능한 땅이고 제주 사업지는 개발에 필요한 인ㆍ허가 절차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최씨 등은 투자금 중 1,000여억원을 직원들에 대한 투자유치 수당으로 지급했으며 나머지 돈도 대표이사 가지급금과 관계회사 대여금 변제 등에 사용했다. 개발사업 진행 용도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서민이었다. 3,750만원을 투자했던 간호사 김모(48)씨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 30여 차례나 회사를 찾았으나 영업방해죄로 신고하겠다는 협박만 받았다. 회사원 손모(37)씨의 부인은 남편이 1억5,000만원을 날리자 충격으로 유산했고, 회사원 김모(52)씨는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해 할머니가 혈액투석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개별적 고소 사안들을 모두 모아 검찰 경찰 국세청 지방자치단체가 효율적으로 합동 수사한 끝에 이들을 처벌하게 됐다"며 "부동산 개발 투자 명목의 불법 자금 모집과 관련해 2004년부터 시행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을 처음 적용한 것으로 '불법 부동산 펀드'로는 첫 처벌 사례인 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12개 기획부동산 업체도 함께 적발, 95명에게서 54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S사 대표 정모(53)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K사 회장 홍모(52)씨 등 1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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