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수능 및 학업 성취도 평가분석 심포지엄'에서 연구자들은 지난 5년 동안의 수능 원점수 자료를 토대로 수능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박현정 서울대 교수 등 일부 연구진은 최근 한나라당 조전혁의원의 학교별 수능 석차공개에 대해 "전국의 모든 학교를 하나의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비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ㆍ지역간 격차가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자료 분석 결과에서도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전국 고교간 수능 평균 성적이 영역별로 최대 85점 이상 차이 날 정도로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김성식 서울교대 교수가 발표한 '시군구별 수능 성적 분석-지역 여건 변인의 영향력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수능 영역별 표준점수 평균은 언어 영역의 경우 최저점과 최고점의 차이가 학교별로 85.5점(46.5~132.0점), 시ㆍ군구별로는 58.2점(55.7~113.9점)이었다.
외국어 영역은 학교간 75.6점(61.5~137.1점), 지역간 55.9점(61.5~117.4점)이었고, 수리영역의 경우 분석 대상이 된 '나'형은 학교간 79.0점(69.0~148.0점), 지역간 48.2점(75.5~123.7점) 격차를 보였다.
김 교수는 수능 성적에서 학교라는 요인의 비중이 25.2(수리)~32.1%(외국어)였으나,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이 학교가 속한 지역여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학교 격차가 이처럼 크게 존재한다고 이를 해당 학교의 교육력 차이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김 교수 지적이다.
수능 성적에 대한 지역 여건 변인들의 영향력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지역의 저소득 계층 비율이 높을수록, 도시 지역보다는 읍면 지역에서 수능 성적이 낮았다.
읍ㆍ면 지역은 도시보다 언어 9.406점, 외국어 9.653점, 수리 '나'형은 7.709점 낮았다. 학교가 소재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나, 저소득계층 비율, 학원수 등이 동일하더라도 도시와 읍ㆍ면의 수능점수 차는 9점 안팎으로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학업중단자 비율도 학력 격차와 연관성이 있었다. 학업중단자 비율이 1% 포인트 높아질수록 언어는 0.068점, 외국어 0.125점, 수리 '나' 0.137점씩 낮아졌다.
수능 상위권만 따진다면 지역간 격차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김양분 한국교육개발원 박사는 "수능 1~2등급을 서울 4년제 대학 입학 가능권으로 분류하면 도시 학생은 100명 중 11명 정도가, 읍면은 4명만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편 김진영 건국대 교수는 학교 간 격차가 수능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언어 39.0%, 외국어 36.5%, 수리 '가' 33.2%, 수리 '나' 26.6%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언어 영역이 학교 간 학력 차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얘기다.
박현정 서울대 교수는 일반계고의 경우 수능 성적의 20.07(수리 나)~27.82%(외국어)를 학교간 격차라고 규정했다. 외국어의 경우 지난해 표준점수 평균은 9.36점이었으나 학교별 평균은 63.69점에서 130.18점까지 폭넓게 분포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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