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하나카드가 마침내 손을 잡았다.
이는 단순한 지분제휴 차원을 넘어, 통신(모바일)과 금융(신용카드)이 융합된 전혀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탄생이란 점에서 카드업계와 통신업계, 금융소비자에게 엄청난 변화의 단초가 될 전망이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금융지주로부터 독립한 하나카드와 SK텔레콤은 전략적 제휴협상을 사실상 마무리 짓고, 내주쯤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합작형태는 하나금융지주가 51%, SK텔레콤이 49%의 지분을 가지며 경영권은 하나금융지주가 행사한다.
금융회사에 계열관계가 없는 통신사가 지분참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컨버전스 신용카드'가 첫 탄생하는 셈이다.
미래형 서비스
양사 합작으로 태어날 하나카드는 종래의 통신이나 신용카드와는 다른, '제3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그 핵심은 '플라스틱 카드의 종말'과 '모바일 카드의 탄생'으로 요약된다. SK텔레콤 관계자도 "기존 플라스틱 카드 사업을 할 계획은 전혀 없다. 이번 제휴도 그런 차원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 청사진은 내놓지 않고 있지만, 예상되는 변화는 휴대전화에 신용카드 기능을 넣는 형태. 예를 들어 휴대전화에 내장된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 칩에 RF(무선인식) 지급결제 기능을 탑재함으로써, 휴대전화 자체를'모바일 신용카드'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수십장의 플라스틱 카드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휴대전화에 내장된 칩에 담아 편리성을 대폭 높일 경우 휴대폰이 사실상 전자지갑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휴대폰+신용카드'는 단순결제 기능을 넘어, 자동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스마트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고객이 모바일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하나카드가 발급한 10여개의 각종 신용카드 서비스와 SK멤버십 카드 서비스 중 할인이나 포인트 결제가 유리한 것을 스스로 찾아 할인 받거나 포인트를 적립하는 식이다.
또 휴대전화에 내장된 GPS 기능을 활용한 고객 맞춤 서비스도 가능해 진다. 고객이 쇼핑 장소에 있을 때 할인 쿠폰을 모바일로 보내주거나 차량정비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플라스틱 카드의 경우 특정 서비스를 받으려면 새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등 불편함이 있었다"며 "향후 선보일 카드는 이 같은 불편함을 완전히 없앤 새로운 개념의 카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업계 파장
아직 하나카드는 회원수 550만에 시장점유율이 4%(BC카드 제외)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니카드사다. 하지만 멤버쉽 카드가입자가 2,400만명에 이르는 SK텔레콤과 손을 잡음으로써, 엄청난 잠재고객을 확보한 셈이다. 당장 고객정보공유 효과만도 어마어마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나카드는 SK텔레콤과 합작을 통해 향후 5년간 회원수 1,000만명에 시장점유율을 12%로 올린다는 계획. 이런 비전이 실현될 경우 KB카드와 현대카드, 삼성카드와 2위를 다투는 대형 카드사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는 게 내부 기대다.
일단 카드업계는 하나카드-SK텔레콤 연합이 가져 올 파장에 대해 예의 주시하면서도 당장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1,6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롯데(백화점) 멤버십 카드를 등에 업은 롯데카드도 여전히 중상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특히 다른 회사끼리 합작한 만큼 고객정보를 어디까지 공유할 수 있을 지가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 공유 보다는 모바일을 앞세운 신개념의 서비스가 위협적일 수 있다"며 "언제일지 모르지만 향후 고객들이 모바일 신용카드로 빠르게 이동할 경우 하나카드가 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대는 SK텔레콤쪽도 마찬가지. 무선통신시장이 사실상 포화된 상태에서 SK텔레콤은 이번 제휴로 새로운 돌파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금융기능이 첨가된 모바일서비스가 고객들에게 본격적으로 어필한다면, 통신시장에도 대형지각변동이 올 수 있다는 평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