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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거대여당의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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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거대여당의 오만

입력
2009.12.0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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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표결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예결위로 정부안이 넘어가는 것이다."

9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ㆍ중진연석회의에서 장광근 사무총장이 한 말이다. 전날 국토해양위의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야권의 반발을 겨냥한 언급이다. 국회의장이 지정한 심사기일이 이미 지났으니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든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들렸다.

하지만 집권당이 이 같은 태도로 국회를 운영한다면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주지하듯 4대강 사업은 정치권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첨예한 갈등 사안이다. 따라서 갈등과 대립을 조정해내고 타협점을 끌어내야 할 국회 논의 과정에선 절차적 정당성과 합법성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8일 오후 국토해양위의 상황은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야당 의원들이 "이의 있다"고 했는데도 이병석 위원장이 곧바로 가결을 선포한 것은 '이의가 있을 때는 표결해야 한다'고 명기한 국회법 112조를 어겼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등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날치기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야당은 안건 처리의 기본이랄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벌써부터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지금보다 더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 대목에는 눈을 감은 채 민주당만을 겨냥한다. "국토해양위 사태는 민주당의 예산심사 태업 때문"이라는 식이다. 시한이 촉박해 강행처리가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정치 공방으로 물꼬를 돌리면서 양비론을 부각시키기 위함인 것 같다.

한나라당은 최근 국회 폭력 등을 막겠다면서 국회선진화 관련 법안들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하지만 국토해양위에서 벌어진 '공룡여당의 오버'를 보면서 한나라당이 의석수만 믿고 너무 편한 방법만 택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쉽고 빠른 길만 택하려다 보면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고 더 어렵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겨야 한다.

양정대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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