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 못해요. 내실 있는 2등은 몰라도."
공식석상에선 아무래도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는 게 업계 관행. 그러나 그의 현실인식은 뚜렷했다. 욕심은 접고 차근차근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소신은 오히려 자신이 넘쳤다.
경청호(사진)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8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보수적인 경영으로 현상유지만 한다는 일각의 평을 받아온 그룹의 2인자가 오랜만에 나선 자리다.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을 터. 3가지만큼은 기억해달라고 부탁했다.
우선 내실경영에 치중했다는 점. 경 부회장은 "정지선 회장 취임 후 7년간 열린 기업문화의 틀을 세웠고, 변화가 적다는 지적과 달리 내부에선 치열한 혁신이 있었다"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2008년 재계순위는 자산기준 33위지만, 당기순이익 기준은 14위, 재무안정성(부채비율 45%) 면에선 1위"라고 강조했다.
경쟁업체와 달리 마트 사업을 접은 건 성장성이 없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란 설명과,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복사지와 연장근무를 없앴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이제 공격경영에 나선다는 포부도 알렸다. 그는 "올해 7조8,000억원의 매출과 약 6,000억원의 경상이익을 달성해 매년 6,000억원 이상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고 했다.
내년 일산 킨텍스점을 시작으로 2011년 대구, 2012년 청주, 2013년 양재, 2014년 광교(수원), 2015년 아산 등 6개 점포가 매년 차례로 문을 연다. 점포 수는 11개에서 17개로 늘게 된다. 수도권에 1, 2개 점포 추가 확보, 무역센터점과 천호점 등의 증축 계획도 세웠다.
인수합병(M&A)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비(非)백화점 부문은 M&A가 중심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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