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를 보는 미 행정부의 입장은 표면적으로는 단호하다. 강조한대로 '6자회담 복귀'와 '9ㆍ19 공동성명에 따른 비핵화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 북미대화의 '전부'라는 것이다.
미 행정부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직전 당국자들을 통해 이런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김정일(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칫 이번 대화가 '협상'이라는 의심을 부를 수도 있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필요조건'은 아니며, 더욱이 미국이 먼저 요청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냈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의 바람과는 달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미대화를 일단 한차례만 승인한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의 목적은 비핵화 및 6자회담 복귀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응답을 듣는 것이다. 여기엔 북한 설득에 실패했을 때 가장 큰 대북 지렛대를 갖고 있는 중국에 강력한 대북 제재에 나서도록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도 있다.
행정부 당국자는 "설득 실패시 기존 유엔결의 외에 추가조치가 필요할 지 협의하겠다"며 대화시작 전에 제재를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8일 "북한이 지난달 방북한 미국 민간의 한반도 전문가들에게 6자회담 복귀 언급 없이 평화협정 체결 요구만 거론했다"고 보도한 것도 미국의 운신 폭을 좁히는 요인이다.
그러나 단호함의 이면에는 '결과'를 바라는 기대감도 묻어 나온다. 이는 당국자들이 보즈워스 대표의 평양 일정에 대해 "마감시한을 정하고 싶지 않다"며 2박3일 일정이 연장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데서도 드러난다.
북한 반응에 따라 미국의 대응이 유연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여기에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 북미접촉이라는 '상징성'과 제재만으로는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현실론'이 깔려 있다.
워싱턴의 대북 전문가들은 북이 주장하는 평화협정과 북미 관계정상화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앞뒤가 바뀐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포괄적 접근법'과 관련해선 논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적대관계인 쿠바에 이익대표부를 둔 것과 같은 '중간단계'의 신뢰회복 조치가 거론될 수도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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