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공간이냐, 채움의 공간이냐.' 광화문광장의 정체성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운영방향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8월 광화문광장 개장 이후 정체성 논란이 계속됨에 따라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통해 광화문광장 운영방향을 전면 손질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토론회는 개장 6개월째인 내년 2월1일, 개장 1주년인 8월1일, 광화문복원 완성시점 등 내년 3차례 열린다.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시민들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장소로 운영할지, 아니면 유럽의 대표적인 광장들처럼 조형물을 최소화하고 역사성을 강조해야 할지 여부.
김영걸 균형발전본부장은 "현재 광화문광장은 완성된 모습을 찾아가는 과도기로, 유럽식 광장처럼 '비움'의 공간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채움'의 공간으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토론회를 통해 시민들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그 동안 광화문광장을 즐길 거리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지금까지 지자체와 각종 단체의 행사가 하루 평균 1.8회(총 237회)나 열렸으며, 이로 인해 행사용 시설물들이 광장 곳곳에 들어섰다.
지난 달 29일에는 드라마 '아이리스(IRIS)'촬영장소로 제공되기도 했고, 13일에는 국제스키연맹(FIS)의 스노보드 월드컵 대회 '빅 에어(Big Air)' 경기가 열린다.
시는 이 경기를 위해 세종대왕 동상 뒤편 플라워카펫이 있던 자리에 높이 34m, 길이 100m의 점프대를 설치 중이다. 또 11일부터는 스케이트장도 개장한다.
이 때문에 "인공조형물이 지나치게 많고, 과다한 행사 때문에 국가상징으로서의 품격이 떨어지고 있다", "중앙분리대로 전락하면서 교통정체만 심화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이런 지적도 일리가 있지만, 최근 설문조사결과 광장에 대한 만족도가 83.2%로 나타나는 등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도 존중돼야 한다"며 "토론회를 통해 지금의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가 많다면 방향을 전면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일부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토론회 개최와 상관없이 개선하기로 했다. 과다 시설물로 지적된 플랜터벤치와 그늘막 등 인공조형물은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화하고, 보도와 차도간 경계블록도 제거하기로 했다.
또 광장 내 나무를 심는 방안은 '광장의 공원화'라는 논쟁의 소지가 있고 북악산 조망권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체가 심한 세종로 남쪽에서 북쪽방향 좌회전 신호주기를 개선하는 등 광화문광장 주변 교통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시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개장 이후 지난 6일까지 하루 평균 4만7,000여명 꼴인 총 602만1,000명이 광장을 다녀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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