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고미술품을 나란히 비교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고미술협회가 1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경운동 수운회관 전시장에서 여는 '2009 한국고미술대전_진짜와 가짜의 세계'에는 도자, 서화 등 1,000여 점의 고미술품이 나오는데 이중 200점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한 15세기 분청자인화문병(粉靑瓷印花紋甁)을 따라한 모방품의 경우 외형은 똑같지만, 자세히 보면 인화문과 유색이 어색하고 진품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다. 일본 오사카 동양도자박물관이 소장한 분청자박지초화문편병(粉靑瓷剝地草花紋扁甁)은 색이 그윽하지만, 가짜는 색이 가볍고, 들떠 보인다. 일부러 흙물을 입혀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한 데다 굽의 형태나 받침이 엉성하다. 겸재 정선의 산수도를 모방한 그림은 연대 측정의 허점을 노려 중국에서 수입한 옛 천을 사용했고, 소치 허련의 제자가 그린 모란도에는 소치의 위조 낙관을 집어넣었다.
진짜를 옆에 놓고 보면 가짜를 가려내기 수월하지만, 따로 떼어놓으면 판별이 쉽지 않다. 더구나 최근 들어 가짜 제조 기법이 점점 교묘해져 전문가들도 판별이 쉽지 않다고 한다. 진품 청자나 백자에 상감 효과를 내거나 문양을 더해 가치를 높이려는 기법이 대표적이다.
실제 청자를 파손한 뒤 치과에서 쓰는 미세가공도구로 안쪽을 갈아내고 상감 효과를 낸 후 접착제로 붙이면 육안으로는 번듯한 상감청자처럼 보인다. 굽과 유약 등이 진짜이기 때문에 가짜라는 사실을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은 "얼마 전 구입한 국화문 상감청자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끓는 물에 넣었더니 조각조각 분해되더라. 이처럼 순청자를 파손해 상감청자로 둔갑시킨 것은 수리ㆍ복원 과정에서만 발견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고미술 시장이 살아나려면 가짜 근절이 필수적"이라며 "진짜와 가짜를 비교하며 문화재에 대한 감식안을 키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고 전시 의미를 설명했다. 28~30일에는 개인이 소장한 고미술품을 가져오면 무료로 감정해주는 행사도 연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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