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앞둔 학교가 아이들의 '밥숟가락' 논쟁으로 시끄럽다. 학교급식 얘기다. 쟁점은 2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당장 다음달부터 의무화되는 급식 직영전환문제이고, 두 번째는 최근 경기도에서 시작된 무료급식 확대 논란이다.
위탁급식 vs 직영급식
학교급식 위탁 금지 및 전면 직영 실시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논란은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다. 2006년 6월 수도권 일대 학교에서 급식을 먹은 학생 1,500여명이 집단 식중독에 걸린 대형사고가 발생하자, 한 달 뒤 정부는 2010년 1월부터 학교 위탁급식을 모두 학교 직영으로 전환하도록 학교급식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위탁급식을 실시하는 모든 학교는 직영급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상당수 학교가 이에 반대하고 있어 학교 현장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현재 위탁급식을 하고 있으나 직영전환에 반대하며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학교가 700곳이 넘는다. 서울사립중고교 교장단은 지난달 초 "강제적 급식직영 전환을 중지하지 않으면 앞으로 서울시내 모든 사립학교에서 단체 급식을 중단하겠다"는 성명서까지 냈다.
이들은 "한 달 만에 개정된 학교급식법은 학교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교직원의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오히려 학부모의 급식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등 직영급식을 찬성하는 시민단체들은 "교육이 아니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위탁업체들에게 급식을 맡기면 제2, 3의 집단 식중독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저소득층 지원 vs 무상급식 확대
경기도에선 무상급식 이슈가 교실을 달구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7월 도내 300명 이하 소규모 학교에 대한 무상급식 사업비 171억원을 삭감한 데 이어, 이번에는 초등학교 5ㆍ6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추진하겠다며 도교육청이 제출한 내년도 예산 65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도의회는 대신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급식예산만 149억원을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초ㆍ중학교에서 교과서를 무료로 지급하고 군대에서 군인이 식대를 내지 않는 것처럼 의무교육에 수반되는 급식은 정부의 의무"라며 무상급식 예산삭감에 반발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에서는 "무상급식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지금 부잣집 아이의 밥값까지 지원해주는 것은 반대"라며 맞서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8일 인권위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아동급식 실태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엄기형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소득자 선별 급식지원은 대상아동이 신청과정에서 낙인효과로 인해 따돌림을 당할 수 있고, 이를 피하기 위해 급식지원을 신청하지 않은 저소득층 아동들은 끊임없는 급식비 납부 독촉을 받으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학교급식 무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진욱 교육과학기술부 학생건강과 사무관은 "교육재정이 부족한 현실에서 소득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저소득층 자녀와 농산어촌지역 학생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호정 서울 개웅중학교 교사는 "정부가 학력신장에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서 왜 밥 먹는 중요한 문제는 뒤로 미루는지 모르겠다"며 "학교급식을 누구에게나 제대로 골고루 할 수 있는 방법을 어른들이 한시바삐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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