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는 물론, 범행을 저지를 사람의 얼굴까지 미리 예측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인 '프리크라임'을 소재로 만들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54년 미국 워싱턴을 가상 무대로 한 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미래의 범죄자를 체포하는 특수 경찰 역을 연기, 강한 인상을 남겼다.
# 2012년 어느 날 서울 역삼동의 한 은행 현금자동인출기 앞에 모자를 눌러 쓴 30대 남성이 나타난다.
폐쇄회로 TV와 연결된 지능형 영상감지 시스템은 고개를 숙인 채 불안하게 서성이는 이 남성의 행동 패턴을 분석, 용의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상황실로 통보한다.
이 남성은 결국 현금 인출기 앞을 떠나기도 전에 출동한 보안요원에게 덜미를 잡힌다.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하거나 다른 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안전 및 가치를 지키는 '융합보안'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기업들의 원천기술 확보 및 보안유지 등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글로벌 기업은 물론 삼성, SK, LG 같은 국내 대기업도 융합 보안 시장으로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분야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던 일이 이제 생활 가까이로 들어오고 있다.
8일 보안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세계 융합보안 시장 규모는 847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도난 사고 예방과 외부 침입 방지 및 방범 등이 주목적인 전통보안 시장의 871억달러보다는 작지만 인터넷 해킹이나 네트워크 침투 등을 막는 정보보안 시장(545억달러)보단 크게 높은 수준이다.
특히 내년에는 융합 보안 시장 규모가 1,068억달러로 전통보안 시장(968억달러)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2013년에는 1,408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처럼 융합보안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최근 초고층 빌딩이 늘고, 정보 유출 사고 등이 급증함에 따라 방범뿐 아니라 출입관리, 정보보안, 나아가 에너지 효율까지 통합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에스원, KT텔레캅 등 보안 전문업체들뿐 아니라 IBM, 시스코, LG CNS, SK C&C, 신세계I&C 등과 같은 시스템통합(SI)업체들도 융합 보안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일부 기업에는 이미 출입관리와 보안유지를 통합한 최첨단 융합보안 시스템이 구축되기 시작한 상태다. 직원들이 출근하면 담당자의 컴퓨터가 자동 로그인이 되고 퇴근하면 조명등이 점멸되는 것은 기본이다. 만약의 경우 직원이 중요한 정보를 담은 이동식 저장 장치를 분실한 경우엔 원격으로 데이터를 지울 수도 있다.
유비쿼터스 환경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융합보안 시장 성장의 배경이다. 실제로 에스원은 최근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규역청(IFEZ)에 'U-세이프티 통합 시스템'을 구축, 범죄 발생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지능형 영상 감시 서비스를 펴고 있다.
학교 주변 스쿨존에서는 차량 속도를 감시, 안내방송 등을 하는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LG CNS도 무인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보안과 연계한 서비스를, KT텔레캅도 보안과 에너지 소비 감소를 지속 추진하는 '그린시큐리티'를 추진하고 있다.
또 시스코는 교통, 안전 및 보안, 교육, 의료 등에 첨단 네트워크 인프라를 접목함으로써 이상적인 친환경 거주 환경을 만드는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무인경비시스템을 주로 떠올렸던 보안 산업이 이젠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시ㆍ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의 흐름을 관리하며 사고를 사전에 막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환경, 의료, 교통, 교육, 유통, 에너지 등 사회의 각 영역과 결합한 융합보안 시장이 계속 성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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