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비빔밥 생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비빔밥 생각

입력
2009.12.09 02:34
0 0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일행이 입맛을 다셨다. "기내식으로는 비빔밥을 먹겠어." 한 편이 취소되는 바람에 비행기는 만석이었고 대기 중인 사람들 태반이 한국인들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도 비빔밥을 벼르고 있을 것이다. 운이 나쁘면 비행기에 실린 비빔밥이 다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더니 그는 금방 울상이 되었다.

많지 않은 여행에서 소동 아닌 소동을 보았는데 대부분이 그 비빔밥 소동이었다. 객지에서 한국음식점을 찾기도 어렵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아 먹기 쉽지 않다. 돌아올 때쯤 되면 느끼한 속을 잠재울 비빔밥을 기대하면서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다. 비빔밥이 다 떨어졌다는 승무원의 이야기에 "나 안 먹어!" 식판을 던질 듯 광분하던 승객도 본 적이 있다. 이번에는 그 비빔밥을 다른 승객에게 양보할 수 있겠다 여유가 생긴 건 멕시코에 즐비한 한식당 덕분이었다.

다정하고 조금은 촌스럽기도 한 한식당의 간판들이 거리에 늘어서 있었다. 식재료의 차이 때문일까, 제맛이 나지는 않았지만 웬만한 갈증을 풀기에는 충분했다. 이런저런 식당을 방문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식당과 비교하게 된다. 외국인들에게 스시를 먹는다는 건 먹는다는 것 이상의 것을 말해준다. 그에 비해 한식당은, 주로 한국맛을 찾는 한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는 아직 먼 걸까. …다행히 이번에는 비빔밥이 넉넉히 실렸다.

소설가 하성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