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일행이 입맛을 다셨다. "기내식으로는 비빔밥을 먹겠어." 한 편이 취소되는 바람에 비행기는 만석이었고 대기 중인 사람들 태반이 한국인들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도 비빔밥을 벼르고 있을 것이다. 운이 나쁘면 비행기에 실린 비빔밥이 다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더니 그는 금방 울상이 되었다.
많지 않은 여행에서 소동 아닌 소동을 보았는데 대부분이 그 비빔밥 소동이었다. 객지에서 한국음식점을 찾기도 어렵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아 먹기 쉽지 않다. 돌아올 때쯤 되면 느끼한 속을 잠재울 비빔밥을 기대하면서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다. 비빔밥이 다 떨어졌다는 승무원의 이야기에 "나 안 먹어!" 식판을 던질 듯 광분하던 승객도 본 적이 있다. 이번에는 그 비빔밥을 다른 승객에게 양보할 수 있겠다 여유가 생긴 건 멕시코에 즐비한 한식당 덕분이었다.
다정하고 조금은 촌스럽기도 한 한식당의 간판들이 거리에 늘어서 있었다. 식재료의 차이 때문일까, 제맛이 나지는 않았지만 웬만한 갈증을 풀기에는 충분했다. 이런저런 식당을 방문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식당과 비교하게 된다. 외국인들에게 스시를 먹는다는 건 먹는다는 것 이상의 것을 말해준다. 그에 비해 한식당은, 주로 한국맛을 찾는 한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는 아직 먼 걸까. …다행히 이번에는 비빔밥이 넉넉히 실렸다.
소설가 하성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