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과 이름이 같은 김영삼(36) 관장이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 태권도장에는 두 명의 무료 원생이 있다.
김 관장이 지난해 말 복지관을 통해 소개받은 아이들이다. 엄마가 가출하면서 고모 댁에 얹혀살고 있거나,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 형편이 어려운 초등학생들이다.
"어릴 때 회비를 못내 태권도를 포기하기도 했다"는 김 관장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통해 기부를 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태권도장 관장은 태권도로, 미용실 주인은 머리손질로, 만두가게 주인은 만두로 기부를 하는 소위 '서비스 기부'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식당 등 지역 자영업소와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연결해주는 '아름다운 이웃, 서울디딤돌'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업소는 모두 2,311곳.
지난해 8월 출범 때만해도 125개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1년 4개월 사이에 20여배 늘었다. 식당이 대부분이지만 동네 병원, 약국, 미용실, 안경점, 영어학원, 문구점, 슈퍼마켓 등도 많다.
이들 업소는 현재 독거노인 1만6,148명 등 2만7,000여명을 정기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올 한해 서비스 기부를 돈으로 환산하면 10억 여 원에 달한다.
이 같은 기부 덕분에 조부모와 살고 있는 김모(11)양은 최근 태어나 처음으로 친구들을 불러 생일잔치를 열 수 있었다. 동네 만두가게 아저씨가 김양이 다니고 있는 복지센터 친구들을 모두 초대해 파티를 열어준 것이다.
인근 은행 직원들로부터 예쁜 생일선물도 받고 친구들과 함께 농구 경기도 관람했다. 노원구 월계동 임대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구모(78)씨는 "동네 복지관에서 나눠준 쿠폰으로 한의원에서 침도 맞고, 미용실에서 머리도 하고, 노인들끼리 감자탕 회식도 했다"며 "자식들보다 낫다"고 말했다.
특히 8일에는 대한미용사회중앙회, 한국이용사회중앙회, 대한제과협회, 서울시안경사회, 한국피부미용사회중앙회 등 5개 단체가 공식적으로 이 사업에 참여하기로 시와 협약을 맺었다. 이들 단체들은 소속 회원들의 기부사업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원래 이 사업은 2004년 노원구 월계종합복지관에서 자생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지난해 시 전체사업으로 보급하게 됐다"며 "서울시내 25개 구청 200여 개의 복지관이 현지 업소와 어려운 이웃들을 연결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관은 참여업소와 기부를 하게 될 이용시간 등을 약정하게 되며 3개월 이상 봉사업소에 대해서는 '서울디딤돌' 현판을 제공한다. 연말정산때 무료로 지급된 액수를 환산해 세금공제를 받도록 영수증도 발급한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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