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에 위치한 조선ㆍ기자재 전시회장(LIMA). 전남 영광에 위치한 TKS조선소와 현지 기업인 NGV조선소가 전략적 상호 협력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는 순간, 이를 지켜보던 최종걸 서울선박금융 대표의 입가에는 어느 때보다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국내 중소형 조선소들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2007년 호황기 때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긴 이들 신생 조선소들은 금융위기로 자금 조달길이 막히면서 사실상 고사 상태에 직면했다.
선박 주문은 받아놓았지만, 제대로 배를 만들어보지도 못하고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컸던 C&그룹의 주력 기업인 C&중공업이 사실상 폐업하는 등 중소형 조선소들이 수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아이디어로 돌파구를 찾은 기업이 바로 TKS조선소다. 2007년 조선업 호황을 타고 문을 연 TKS 역시 금융위기 충격파를 피할 수 없었고, 결국 올해 초 위크아웃에 들어갔다. 하지만 고급 조선 인력으로 구성된 TKS는 이슬람 자본을 등에 업는 NGV조선소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협약 내용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NGV는 TKS에 지분 인수 방식을 통해 7,600만달러를 투자하고, 운용자금까지 합해 총 1억달러를 지원한다. 반면 TKS는 NGV가 현지 네트워크를 이용해 정부와 국영기업 등으로부터 수주한 선박을 건조하게 된다.
이에 따라 TKS는 안정적인 수주를 통해 지속적으로 선박 건조에 나설 수 있는 한편, NGV는 TKS에 투자한 지분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양 사 모두 상생의 결과를 얻을 있게 되는 구조다. TKS는 이에 따라 현재 5만톤급 규모의 선박 건조를 위한 조선소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협력이 손쉽게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조선소와 조선소 간 협력 이전에 금융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이다. 서울선박금융과 이슬람 자본 유치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자문사(샤리아파이낸스)가 양 조선소의 이해 관계를 지속적으로 조율하면서 성사시킨 결과다.
이번 본계약 체결을 서울선박금융의 최 대표가 가장 기뻐하는 이유다. 그는 "국내 중소형 조선소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로부터 선박 주문을 받아놓고도 금융위기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건조를 중단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형 조선소들에게 위기 극복의 돌파구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측도 이번 협약에 적극적이었다. 한국의 앞선 조선 기술을 이용해 자신들의 수주 영역을 넓힐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기술 제휴도 받을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와 나집 툰 라작 현 총리 등 말레이시아 최고위층까지 이번 계약식에 참석했다.
그렇다고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조선 경기의 바로미터인 해운 시황이 좋지 않다. 내년에는 전반적으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작년까지 발주한 선박이 본격적으로 해운 시장에 쏟아지기 때문에 양 사간의 이런 협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고경주 TKS 사장은 이에 대해 "이번 투자유치로 수주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며 "직접적인 고용창출 효과가 1,000명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등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