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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의 경계의 즐거움] 극단 수 '이름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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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의 경계의 즐거움] 극단 수 '이름을 찾습니다'

입력
2009.12.09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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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여성들 자유를 외치다

1970년대의 이른바 '호스테스 영화'에서 1990년대의 연극 '미아리 텍사스' 시리즈까지, 유흥업소 종사 여성을 그린 작품들은 막힌 사회에 대한 항변으로 읽혔다. 밑바닥으로 추락한 여자들이 사회에 내뱉는 증오와 골계의 언어가 뒤섞였던 것은 그래서다. 그러나 동시에 나름의 진한 인간미도 함께했다. 예를 들면 검은 조직에 대항하다 실명한 청년에게 자신의 눈을 이식해 주는 것으로 순수한 애정을 표현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극단 수(秀)의 '이름을 찾습니다'는 타인과의 유대를 향한 그들의 꿈이 원초적으로 불가능해진 21세기를 그리고 있다. 막 열기 전부터 극장에는 가요 '댄서의 순정'이 반복해서 흐른다. 이름도, 성도 없는 그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것이다.

이 연극에서 그들은 사회적으로는 부재하다. 그들을 둘러싼 사회의 모순과 맥락이 무대에서는 무시돼 있다. 여성들은 아무도 현실에 대해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 현재의 환경을 어쨌든 받아들이고 나서, 그 속에서 나름의 꿈을 이루려 할 뿐이다. 심지어 손님을 더 끌기 위해 교태를 부리는 연습까지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기둥서방에 의해 철저히 봉쇄돼 있다. 그같은 폐쇄성은 무대 장치에서도 확인된다. 그들의 방은 객석을 향한 면을 제외한 세 면이 검게 칠해져 있다. 몸을 사리지 않는 두 여배우의 사실적 연기력이 무대에 제공하는 활력의 전부다.

무대는 철저히 여성들의 이야기다. 한 명의 남자가 나오지만 그는 부둣가에서 낚시를 하며 호객하거나, 여성들에 기생해 사는 이른바 '기둥'으로서 조연에 불과하다. 연출자 구태환씨는 "꿈을 갖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질 만큼 억압 속에서 사는 인간들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캐고 싶었다"고 말한다.

2006년 거창연극제 경연부문 대상, 희곡상, 여자연기상 등을 수상했고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간간이 상연돼 온 작품이다. 이 어두운 무대에 관객들은 "많은 생각을 심어주는 연극"이라는 등의 긍정적 평가를 남겨두고 있다. 소극장 공간 특유의 친밀함 덕이다. 27일까지 정보소극장.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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