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로는 작은 키(196㎝)에 유독 짧은 팔. 게다가 점프마저 경쟁자보다 높지 않았다. 그러나 군에 입대해 매일 노력하니 결국 성공 시대가 열렸다.
'예비역 병장' 김철홍(28ㆍ196㎝)이 LIG손해보험 보물 센터로 거듭났다. 만년 4위 LIG손보 박기원 감독은 김철홍을 '빵'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승리에)많이 배고팠다. 철홍이는 빵 같은 존재다." 김철홍이 맹활약한 덕분에 2009~10시즌 초반 9승(1패)을 거둬 허기를 달랬다는 뜻이다.
군복무 통해 환골탈태
김철홍은 프로배구가 출범한 2005년 수련선수로 LIG에 입단했다. 경희대 은사 김찬호 감독이 "기본기가 좋아서 쓸모가 있다"며 추천한 덕분. 겨우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수련선수라는 신분에 자존심이 상했고, '거미손' 방신봉(198㎝)과 동기 하현용(197㎝)에게 밀려 벤치만 지켰다.
후보란 멍에를 쓴 김철홍은 2007년 군 입대를 결심했다. "어차피 주전으로 뛰지도 못하는데 군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군에서 숱하게 흘린 땀 때문인지 실력도 조금씩 늘더군요."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한 뒤 이를 악문 김철홍은 조금씩 배구에 눈이 떴다.
올해 4월 제대해 LIG에 복귀한 김철홍은 한달 만에 체중을 5㎏이나 뺄 정도로 훈련에 매달렸다.
수련생 신화 쓰나?
군복무를 통해 돌파구를 찾은 김철홍은 대한항공과의 개막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패색이 짙었던 3세트부터 신들린 듯 상대 공격을 블로킹으로 떨어트린 김철홍은 15득점, 8블로킹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김철홍이란 '백조'를 발굴해낸 LIG는 팀 최다연승(6승)을 세우며 신바람을 냈다. 프로배구를 들썩거리게 한 LIG 돌풍이 김철홍에게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배구에서 수련선수 출신으로 주전이 된 건 김철홍밖에 없다.
김철홍을 칭찬하는 박기원 감독은 입에 침이 마른다. "고비마다 상대 공격을 블로킹으로 잡아내지, 강서브로 상대 서브시리스를 흔들지, 기본기가 탄탄해 수비에서도 제 몫을 하지. 우리 팀 보물이다."
수련생 신화를 쓰고 있는 김철홍은 "남들은 군대를 가기 싫다지만 난 군대에서 인생의 길을 찾았습니다. 일단 주전으로 뛰는 게 가장 큰 목표고, 다음 목표는 코트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라며 웃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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