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서울대 법인화, 이제부터가 더 문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서울대 법인화, 이제부터가 더 문제

입력
2009.12.09 02:34
0 0

서울대를 독립법인으로 바꾸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이 마침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1987년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에 따라 처음 법인화 논의가 표면화한 이래 20여 년 만이다. 물론 여러 반대논리가 있고 교직원과 학생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법률안 통과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나,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이르면 2011년부터 서울대는 독립법인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우리는 서울대 법인화에 대해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표명해 왔다. 서울대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정부 간섭에 길들여진 관료적 운영의 틀을 깨야 한다는 것이 핵심 이유였다. 상당수 서울대인들의 반대는 보호막이 걷히면서 살벌한 경쟁의 장으로 내몰리고, 또 개인적으로는 신분 상의 안정성이 약화하는 것을 우려한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로 비칠 개연성이 크다. 지원과 보호는 규제와 타율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반대는 명분이 약하다.

그러나 법안을 살펴보면 정책 결정이나 학교 운영 등의 자율성이 법인화 취지에 비춰 그다지 만족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여전히 간섭의 소지를 넓게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안정적 재정지원의 대가일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 수준 이상의 정부 지원을 확보하되 대학의 운신 폭을 조금 넓힌 정도로 평가된다. 첫 걸음이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 40여 개나 되는 다른 국립대의 독립화 과정에서 정부, 대학 측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만한 부분은 적지 않다. 경쟁논리에 따른 기초학문 홀대, 학문의 지나친 상업화 내지 기업화, 학생ㆍ학부모의 부담 증가 등에 대한 우려는 당국과 대학이 모두 깊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서울대는 어떤 식으로 체제가 바뀌든 한국의 대표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ㆍ학문적 공공성을 갖고 있는 데다, 대학교육의 전범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본격적인 논의 및 입법과정에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더 면밀한 연구와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