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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첫 연임 박철 총장에게 듣는다/ "교수가 피곤할수록 대학은 발전하게 돼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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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첫 연임 박철 총장에게 듣는다/ "교수가 피곤할수록 대학은 발전하게 돼 있죠"

입력
2009.12.09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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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대학 CEO가 되기전까지는 학문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는 '돈키호테 교수'로 통했다. 스페인의 국민작가 세르반테스의 작품'돈키호테'를 첫 완역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외대 스페인어과 출신으로 마드리드국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박 총장은 미국 하버드대 로망스어학부 초빙교수와 옛 교육인적자원부 BK(두뇌한국)21 세르반테스 연구팀장, 한ㆍ스페인우호협회 회장 등을 맡으면서 '스페인 전문가'로 톡톡히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2006년 2월 직선 총장으로 변신한 이후 학자가 아닌 대학 경영자로서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변화와 개혁을 화두로 내세워 학교를 확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그는 최근 치러진 새 총장 선거에서 다시 당선됐다. 외대 55주년 역사상 첫 연임 총장이 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어떤 부분이 외대 첫 연임 총장을 만들게 했을까요.

"취임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학생들에게 몇가지 공약을 했지요. 6개월씩 해외연수를 보내는 '7+ 1'제도, 이중 전공 의무화, 외국어 2개 인증제도, 이렇게 크게 3가지였어요.

'7+ 1'제는 모든 학생들에게 해외 경험을 쌓게 하는 계획이지요. 정규 8학기 중 한 학기는 외국 대학에서 학점을 따게 하는 건데, 매년 1,000명 이상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대성공입니다."

-이중 전공은 왜 필요한가요.

"전문화ㆍ글로벌 시대에 2개 이상 전공이 융합된다면 더 훌륭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외대생의 장점이 탄탄한 외국어구사 능력 아닙니까. 이걸 기반으로 해서 이중 전공을 이수한다면 국제 전문 경영인, 국제 법률 전문가가 탄생할 겁니다. 나아가 외대가 추진하고 있는 약대가 신설된다면 '글로벌 약사' 배출도 가능하겠지요."

-외대와 약대 신설이 딱 와닿진 않습니다.

"약대는 이제 더 이상 동네약국 약사가 되는 통로가 아닙니다. 국내에 필요한 약사 수요는 현행 40개 약학대학들이 맡으면 되겠죠. 외대가 약대를 만들려는 것은 글로벌 약사 양성이 목표입니다.

제약산업 국제화와 첨단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약학도는 단순한 약학 지식으론 안됩니다. 외국어 실력과 글로벌마인드를 갖추는게 중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외대 약대가 필요하다는 거죠. 세계보건기구 같은 국제기구에 진출하고 신약 연구와 신약 마케팅 같은 업무를 보려면 외국어가 뒷받침되지 않고선 불가능합니다."

박 총장은 용인캠퍼스에 약대를 만들기로 하고 지난 8월 약대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을 직접 맡아 세계 72개국 316개 대학 및 기관과 교류하고 있는 외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약대와 제약산업 관련 학과를 갖고 있는 유럽 대학과 교수, 학생을 교류하거나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식의 협력 방안을 이미 구축해놓은 상태다.

-재학중 해외공관 등에 인턴으로 나가는 학생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2007년부터 외교통상부 산하 재외공관에 인턴을 보내고 있어요. 주로 3ㆍ4학년생과 대학원생들이지요. 한 학기에 40명씩 1년에 80명이 6개월동안 인턴을 한 뒤 돌아옵니다.

인턴을 끝내면 12학점을 부여하지요. 경쟁이 치열합디다. 여기에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인턴으로도 연간 90명 정도 나갑니다."

-아무래도 외국어 구사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겠지요.

"이참에 외국어 이야기 잠깐 해야겠어요. 외국어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열쇠라고 판단합니다. 외국어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면 글로벌 진출에 엄청난 장벽이 되지요.

비단 글로벌 문제를 떠올리진 않더라도 성장 가치 측면에서도 외국어는 필수입니다. 문제는 1개 외국어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는 거지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이 되려면 젊은이들이 3~4개 언어를 구사해야 하는 상황이 곧 닥칠겁니다. 결국 글로벌화를 위해선 외국어 능력이 최우선 과제인 셈이지요."

-송도캠퍼스를 건설한다면서요.

"현재 땅값을 조율하고 있어요. 내년부터는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2012년쯤 완공이 가능하겠지요. 송도캠퍼스는 단과대학을 이전하는 게 아니라 외국어분야 특성화 대학에 맞게 글로벌캠퍼스를 짓는 겁니다.

외대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전진기지가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송도글로벌캠퍼스에는 통ㆍ번역센터와 국제비즈니스센터, 한국어문화교육원 등 학교 부속 시설이 들어섭니다."

-통ㆍ번역센터 등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통ㆍ번역센터는 한마디로 통번역 전문 인력을 상시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거지요. 그렇게퓔?여러 국제행사 진행이 한결 원활해질겁니다. 물론 중요한 문건의 외국어 번역도 지원하게 됩니다.

한국어문화교육원은 송도 국제도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서비스가 주된 업무가 될겁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예술 교육을 맡습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게 되는건데, 궁극적으론 한국학 전파는 물론 외국인과 외국인 투자기업의 대 한국 투자 자세를 우호적으로 만드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언제부턴가 총장들 사이에 박 총장은 '대학 개혁의 전도사' 닉네임이 자연스럽게 붙여졌다. 글로벌 대학을 지향하는 그의 목표는 학생제도에만 머물지 않았다. 교수 사회에도 메스를 댔다. "교수들이 피곤해야 대학이 발전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교수간 경쟁시스템이 단연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학교가 발전하려면 교수의 책임과 역할이 매우 큽니다. 교수들이 경쟁하지 않고선 대학을 키울 수 없어요. 이런 이유때문에 교수 경쟁시스템을 도입한 거지요.

전임 강사가 5년6개월만에 정교수(테뉴어)가 될 수있는 고속승진제를 선보였더니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논문 업적 등에 따라 교수 수당을 차등 지급하고, 국제학회에 참가할때에는 1년에 3차례까지 참가비를 지원합니다.

이렇게하다보니 많게는 교수 연봉이 3,000만원까지 차이가 나더군요. 교수들이 선의의 경쟁에 파묻히게 되는 구조라고나 할까요."

김진각 정책사회부차장ㆍ교육전문기자 kimjg@hk.co.kr

사진=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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